안철수 신당에 반대하는 이유

박원순과 안철수가 다른 이유

 

많은 이들이 박원순 사례를 생각하며 안철수후보가 본선경쟁력이 더 높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안후보가 무리하게 자신이 후보가 되려고 했던 것도 욕심에서라기보다는 자신의 당선경쟁력을 더 높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안후보의 지지자도 마찬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안후보보다 문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던 이유는 최근 진행되는 민주당의 재연합 현상 때문이다. 민주당은 만년 20% 정당지지도에서 2012년 4.11총선 전 <혁신과 통합>과 통합하면서 ‘민주통합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름을 민주당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헷갈리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의 민주당이 아니다.
사실 박원순 당시 후보도 민주당에 입당하는 대신 <혁신과 통합>에 가입원서를 썼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에 선가입을 했던 셈이다. 순수한 무소속 후보였다면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후보도 이 점을 놓쳤던 것 같다.
<혁신과 통합>을 누가 이끌었는가.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자들과 (박원순, 김기식, 남윤인순 등) 노무현의 계승자(문재인, 문성근, 이해찬)로 이루어졌다. 물론 수십만의 회원들도 함께 했다.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를 상회하기도 했다. 그 후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지지도가 약간 하락하기는 했지만 2012년 내내 민주당은 역대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진보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당재연합되는 중

 

민주당이 진보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그에 걸 맞는 인물을 다수 공천함으로써 비록 총선에 패하기는 했지만 2008년 총선의석수 81석에 비하면 127석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IMF이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이끄는 새천년민주당은 겨우 100석을 얻었을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일변도의 나라에서 정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당대표는 물론이고 대통령후보를 선출함으로써 국민 속에 사랑받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민주당이 노무현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대한 나쁜 기억으로 여전히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유권자가 다수 있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의 견고함이나 신뢰도도 새누리당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2012년 한 해 민주당의 지지도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다.
이런 현상을 정당재연합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내가 역대 선거의 투표율이나 승패, 어떤 후보가 등장할 것까지 정확히 예측했던 이유는 정당재연합 이론을 한국적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당재연합이론은 정당체제도 유기체처럼 발전, 안정, 해체를 겪으며 사이클을 그린다고 가정한다. 이 사이클의 주기가 세대교체 주기와 일치하는 30년이다. 이 흐름을 읽으면 정치가 한 눈에 보인다.

 

내가 안철수후보에게 2016년에 도전하라고 제안했던 이유도 그 때가 되어야 운동권으로 세워진 1987년 체제가 어느 정도 해체될 것이기에 전문가출신인 안후보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나도 전문가 출신이라 야권의 운동권 인맥이 의도치 않게 전문가에게 배타적인 면이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했던 조언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정당기반이 없어 힘들어

 

2002년 이후 노무현의 당선은 한나라당이 보수이념의 정체성으로 재연합되는데 기여했다. 노무현이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해 지지도가 낮았던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했던 각종 좌파적 정책이 진보진영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중상층 이탈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은 실용주의를 추구함으로써 젊은 유권자를 민노당에 빼앗겼다. 경제가 쟁점이 되면서 고질적인 진보의 분열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아래 <그림 1>은 2002년 대선이 있던 해의 정당지지도이다. 2002년에도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비해 10% 이상 앞선 지지도를 누리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의 당선은 민주당 지지도 22%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참여정부 임기 내내 열린우리당이 표류한 이유도 정당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부터 열린우리당이 분열했는데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없으니 정당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그림 1> 2002년도 정당지지도 변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전 6.8%, 대선 후 13.7%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정동영의 결정적 패인은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정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만든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선거 전 39.2%, 선거 후 45.3%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것이 제도화된 정당의 힘이다.

 

 

 

 

 

<그림 2> 2012년도 정당지지도 변화
(출처) SBS 여론조사 보고서 (2012년 11월 17-18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은 정당지지도의 이유는?

2012년에도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새누리당은 40%를 웃도는 높은 지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도는 이보다는 낮지만 지난 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30%를 상회하고 있다. 문후보의 당선 이후 35%를 넘는 여론조사도 속출했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안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하자 민주당 지지도는 40%를 넘기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도가 다시 추락한 건 언론의 안철수 띄우기 문재인 때리기 때문이다.
민주당내 갈등은 구민주계를 지지했던 호남유권자의 이탈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갈등으로 노무현대통령과 친노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을 이용한 당내 비노/반노 후보들의 공격이 호남지역에 사실처럼 유포되면서 그들의 지지가 안철수후보를 향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강준만교수이다. 강교수는 그의 저서 [안철수의 힘]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증오의 정치>를 종식하기 위해 안후보의 대선출마를 종용한 바 있다. 이로부터 정치학습을 한 안후보가 친노를 적대적으로 대하면서 안풍도 주춤하게 되었다고 본다.
친노 엘리트는 몇 명 안되지만 친노유권자는 한국정치발전의 핵심이다. 이들은 과거 서유럽에서 구체제인 왕권을 무너뜨리고 시민권을 획득했던 시민계층이다. 이들이 왕권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먹고 살만한 중산층이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시민혁명은 노사모에서 시작했고 촛불로 확대되었으며 안철수에서 만개할 뻔했지만 안후보의 정치 이해부족으로 꺼지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전통적인 호남기반의 민주화세력에 노무현을 계승하는 세력과 시민세력이 더해지면서 경제적 진보주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당으로 재연합되는 과정에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정부 10년간 보수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이미 재연합되었기에 무소속 후보가 흔들 여지가 없었다. 반면 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재연합되어 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비교적 흔들기 쉬웠던 것이다. 특히 노무현후계자들이 당대표와 후보를 독식하자 이에 반발하는 비노/반노 정치인들이 안후보의 정신적 실질적 동반자 역할을 했다.

 

안철수 민주당 당권 도전하면 승리할 것

 

친노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당대표와 후보로 연거푸 선출되면서 빈노/반노 정치인들이 느끼는 좌절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친노유권자들이 계파가 있어서 특정 계파를 미는 게 아니다. 이들은 깨어있는 시민들로서 가장 개혁적인 정치인을 지지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안철수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와 당대표에 도전한다면 친노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나도 민주당 혁신을 위해 외인부대라 할 수 있는 안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이다.
내가 안후보의 신당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이러한 정당의 재편성을 오래 전부터 예언해 왔고 현실로 들어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1총선 결과 학자들은 양정당의 이념적 양극화, 제3정당후보와 무소속의 몰락, 양대정당화를 발견한 바 있다. 누구도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는 전형적으로 정당재편성의 결과 나타나는 징후이다. 내가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2009년부터 예측했던 이유는 참여정부 5년간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지역에서 이익으로 변화된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만일 안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었다면 겨우 진보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탈지역주의 정당이 되어 가는 민주당 50년의 역사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만일 안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어 승리했다면 정체성 없는 안철수 신당이 탄생함으로써 겨우 재연합되어 가는 정당체제는 다시 교란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 제도화를 위해 혁신하는 것이지 신당이 아니다. 새로운 인물이 수혈되고 더 유능하고 더 민주적인 정당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민주당 혁신이다. 있는 정당 잘 가꿔가면서 국민 속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은 새누리, 민주 양당이 대한민국 최초로 8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당의 전성시대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안후보가 본선 후보가 될 수 있었겠는가. 정당의 문턱이 높아진 게 아니라 정당이 다시 태어나고 있는 과정이다. 이렇게 정당이 재연합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체제가 30년간 지속되는 게 보통이다. 향후 안후보가 무소속으로 운신할 폭이 거의 없을 거라는 게 나의 진단이다. 그래서 안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권유하는 것이다. 안후보의 지지자 절반이 민주당 지지자이다. 안철수 신당을 만들면 이들이 따라 가겠는가.
그 동안에는 민주, 새누리 양당이 지역정당이라 타도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지역주의투표는 거의 사라졌다.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젊은 시절부터 투표하던 정당에 대한 애착에서 정당투표를 하는 것이 지역주의 투표로 비치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층이나 젊은이에게 더 이상 지역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1988년 이후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체제가 오늘날 이념적 정체성에 기반한 정당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모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정당의 지지기반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있다. 정당의 내용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 성공 못할 것

 

안후보가 신당창당 카드를 완전히 포기했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면 나는 야권의 후보가 누가 되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당창당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었기에 안후보가 본선 후보가 되는 걸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무소속 안후보가 본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 50년의 역사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2007년 대선과 같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안캠프의 정연정교수 인터뷰를 보니 안후보는 여전히 신당창당 카드를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 패하든 패한 쪽을 모아 신당창당을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 안후보의 지지자 중 새누리당 지지층은 극소수이다. 민주당과 힘을 모아 다수당을 만든 후에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그 후에 신당창당을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안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민주당과 당권투쟁을 하지 않았다면 문후보는 박빙이기는 했지만 민주당과 하나가 되어 간신히 이번 대선을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안후보가 등장해 지지자가 분열하고 재연합되어가던 민주당이 흔들렸다. 1인 지배정당인 새누리당은 놔두고 민주당을 구태정당인양 집중 공격함으로써 문후보를 어려움에 처하게 했다. 그러나 안후보의 후보직 양보는 그 동안의 잘못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이제는 야권 지지자가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안후보 밖에 없다. 지금 신당 카드를 만질 때가 아니다. 야권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만이 문후보의 당선을 가능하게 하고 안후보의 차기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문후보가 이번 대선에 성공한다면 정당발전과 정치발전의 시각에서 안후보의 양보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양보로 기억될 것이다.

http://blog.daum.net/leadershipstory/7628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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