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2012 대선평가

타임지 기자의 안철수와 문재인, 냉정한 평가

타임지 기자가 대선현장에서 본 안철수와 문재인, 냉정한 평가

by 엉슝맘 on 2013-04-14 in 쉬어가기

 

18대 대선 현장을 취재했던 타임즈 지 기자

앤드류 샐먼(andrew salmon)이

코리아 타임즈에 기고한 기사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앤드류 샐먼은 한국 및 동남아 정세에 관심이 많으며

‘마지막 라운드’ 등 책을 출판한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좌파의 황폐’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18대 대선 패인 분석과 정치 전망 단상입니다.

영어가 짧아 번역기로 돌린 것을 의역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기사 원본)

Desolation of the left

I don’t see any left-of-center party fielding a better candidate than Moon any time soon.

Not only did he have the perfect CV – jailed for anti-authoritarian protests;

ex-human rights lawyer; ex-Roh Moo-hyun aide – he also ticked every Vladimir Putin-style alpha male box – Himalayan hiker; judo badass, ex-spec ops soldier.

Add good-looking, smart, dynamic and charismatic into the mix, and you have him. When we look back with hindsight, Moon may be the best president South Korea never got.

 

나는 가까운 미래에 그 어떤 한국의 좌파 정당도

문재인보다 더 나은 후보를 대선에 참가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완벽한 이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반 독재 데모 때문에 수감됐던

인권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이었고,

-또 그는 최고의 남성성을 가진 정치인 블라디미르 푸틴처럼

히말라야 등산가에 유도 유단자에 전 특전사 출신이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 역동적이며

카리스마적 자질을 두루 갖춘 인물이 문재인이다.

(우리가 보지 않은)가려져 있던 부분을 돌이켜보면

아마 문재인은 이제까지 한국에는 없었던

최고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 기사 부분

Looking forward, Ahn Cheol-soo is no savior of the left (or the right or whatever constituency he represents);

the man proved gutless. His vaunted “new politics” could more accurately be dubbed half-hearted politics.

First he dilly-dallied on declaring his bid; then he pulled out of the fray when the going got tough; finally, even his endorsement of Moon was limp-wristed.

Politics is for decision makers and risk takers, not scholars and wimps, and I don’t think he has what it takes – the ethics of a hungry shark married to the confidence of Twain’s “Christian with four aces.” Best return to the lecture theater, professor.

 

향후, 안철수는 좌파의 구세주가 아니다.

(또는 우파, 혹은 그가 어떤 정당을 대표하든 지 간에)

그는 패기없음을 증명했다.

그가 자랑하던 “새 정치”는 엄밀히 말해서

열의가 없는(애매모호한)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첫째 그는 자신의 패(대선 출마)를 선언하는데 꾸물거렸다.

그 뒤 (판이) 어려워지자 싸움(단일화 논쟁)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 지지’ 조차 미약했다.

정치는 디시즌 메이커(결정자)’와

‘리스크 테이커(위험한 기회도 포착하는 자)’를 위한 것이지

학자나 유약한 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안철수가 이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의 ‘네개의 에이스를 가진 크리스챤’에서 보듯

정치란 ‘굶주린 상어의 윤리’(정치가 요구하는 것)가

자기 확신(자신감)과 결합해야 한다.

(안철수에게)최고는 다시 강단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http://blog.donga.com/sjdhksk/archives/44883#comment-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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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정치 청산? – 목표가 잘못됐다

‘사소한 복수극’으로 전락한 계파 정치

[박동천 칼럼] 계파 정치 청산? 민주당 목표가 잘못됐다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25 오후 3:42:30

지난해 두 차례 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1987년 또는 1997년 선거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선거였다. 이 선거들이 2:0이냐 1:1이냐 0:2이냐에 따라 장차 적어도 30년의 정치 지형이 좌우될 만큼 중요했다. 그 선거가 0:2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 후 민주통합당 안에서 반성과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가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하나가 계파 정치 청산이다. 민주당의 패배 원인이 계파 정치에 있다는 진단은 아주 틀리지만은 않은 진단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에는 부족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진단이다. 계파 정치를 청산한다는 게 말은 쉽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지극히 막연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계파 정치를 탈피한 상태의 정치라는 것이 어떤 형태의 정치를 말하는 것인지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계파 정치라는 것은 애당초 청산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계파 정치 청산”을 말로 부르짖는 맥락과 계파 정치를 청산하려고 실천하는 맥락 사이에 아주 심각한 괴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괴리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으려면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당의 활로가 열린다”는 식의 발언이 누가 누구를 상대로 말하는지에 따라 함의가 달라진다는 점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아래 표를 보자.

이 표에서 D의 경우, 즉 민주당 밖에 있는 학자나 평론가 또는 일반 유권자가 민주당 밖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민주당은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면 특별히 이의를 달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반면에 A의 경우는 어떤가? 얼핏 보면 D의 경우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당내 인물이 당 안의 사람들을 상대로 “계파 정치 청산”을 부르짖는 경우에는, 그야말로 누가 누구를 겨냥해서 하는 말인지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조선 시대 인물의 이름을 좀 빌려다 말해 본다. 민주당에 성삼문과 박팽년과 한명회가 있다고 치자. 성삼문이 자기 자신의 지난 행태 또는 같은 계파인 박팽년을 겨냥하여 “계파 정치 청산”을 말한다면,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말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또는 자신의 계파를 겨냥해서 하는 말이라면 속으로 되새기든지 아니면 자기들끼리 있을 때 발설할지언정, 공개적으로 광고를 먼저 할 필요는 별로 없다. 반면에 성삼문이 신숙주를 겨냥하든지, 또는 신숙주가 성삼문을 겨냥하는 경우에는 “계파 정치 청산”이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지 않고 바깥으로 공표해야 앞뒤가 맞는 언어 수행이 된다.

바로 여기에 괴리가 있다. “계파 정치 청산”은 말의 표면만 보면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규범적 진술이다. 그런데 성삼문이 신숙주를, 또는 신숙주가 성삼문을 겨냥해서 “계파 정치 청산”을 입에 담게 되면, 이러한 언어 수행 자체가 바로 다름 아닌 계파 정치가 되고 만다.

이처럼 “계파 정치 청산”이라는 표어는 지당한 말씀인 것 같은 공개적인 의미가 있는 동시에, 다른 차원에서는 상대의 계파 정치를 성토하고 비난함으로써 자기편 계파의 이익을 도모하는 은밀한 의미가 있다. 위 표에서 B와 C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의미가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작용한다. 당 밖에서 말하는 사람은 공개적인 의미로 하더라도 당 안에서 듣는 사람에게는 자파에 대한 공격으로 들릴 수도 있고, 당 안에서 말하는 사람이 공개적인 의미로 하더라도 당 밖에서 듣는 사람에게는 자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리로 들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 지난 1일 오전 충남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워크숍에서 오른쪽부터 정동영 , 정대철, 이부영 상임고문, 박병석 국회부의장,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김동철 비대위원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파든 패거리든 파당이든, 한 민족 차원에서든 민족 내부의 집단 차원에서든, 분파라는 것은 결코 청산될 수가 없다. “계파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계파 정치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계파 정치라는 문구는 자체로 어떤 명확한 의미를 가지는 문구가 아니고, 누군가의 정치 행태를 비난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누가 무슨 일을 추진하든, 그 과정에서 주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계파 정치”라고 시비를 걸 여지가 활짝 열려 있다. 이 문구의 본질적인 성격이 이와 같기 때문에, 민주당이 일체의 이익을 초월한 성인들로만 구성되기 전에는 계파 정치가 사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 시대의 당쟁이 정치 세력들 사이의 건설적인 경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소모적인 복수극으로 끝나고 만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파 및 당파 정치를 그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필요를 한사코 외면하다 보니, 상대파를 당파로 비난하면서 자기네 패거리는 당파가 아니라는 자기기만을 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파 정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파 정치가 소모적으로만 치달을 뿐 생산적인방향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데 있다. 생산적인 경쟁을 도모하려면, 계파 정치 자체를 청산한다는 따위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당의 의사를 결정할 때, 당내에 분포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일단 최대한 파악해 보고, 그 목소리들 사이에서 최대공약수를 결집해 낼 수 있는 역량이 핵심적인 관건이 된다. 특정한 목소리의 존재 자체에다가 “계파”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게 되면, 영원히 계파들 사이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계파들이 서로 경쟁하는 에너지는 자체로 귀중한 생명력이자 활력소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바로, 수많은 개인들의 다양한 욕심들을 에너지원으로 인정한 위에서,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다가 상쇄되지 않도록 할 길을 찾는 데 있다. 이 길을 찾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단, 계파들의 이익 추구를 나쁜 짓으로 여기는 자기기만에서 벗어난 다음에만 가능해지는 일이다. 계파 정치를 청산하려 들지 말고, 계파 정치의 활력들을 재료로 삼아, 그로부터 최대공약수를 묶어내는 방향으로 관심이 집중되어야 소기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

18대 대선과 진보개혁진영의 혁신, 안병진

“운동권적 사고방식의 486 정치엘리트의 시대는 끝났다”

[연속인터뷰-18대 대선과 진보개혁진영의 혁신⑮(마지막)]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2-04 05:39:20 l 수정 2013-02-04 12:36:34

18대 대선은 야권 지지자들이 이른바 ‘멘붕’이 될 만큼 야권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평가와 성찰, 이에 기반한 혁신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습니다. 치열한 논쟁과 깊은 성찰이 없다면 다음 대선은 또다시 야권의 패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된다면 가장 고통받을 이들은 이 땅의 민중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진보개혁진영의 혁신’이라는 주제 아래 학자, 전문가, 정치인 등 각계의 평가와 성찰을 연속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인에 대해서는 선거전략, 메시지, 조직, 선거운동의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됐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제대로 했다면 선거에서 이겼을까?

이 물음에 대해 안병진 경희 사이버대 교수는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하나의 정치 질서가 막을 다했다는 게 드러났다고 봐야 문제에 대해 더 근원적이고 대담한 반성과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데이터에 기반한 실사구시적 사고를 하지 않고 운동권적 사고방식에서 살아온 486 정치엘리트, 민주당 원로그룹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말했다.

안 교수는 또 “이번 선거는 과거 대 미래의 대결이 됐어야 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2.0이 아닌 그냥 노무현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의 혁신 과제에 대해서는 “계파담합 구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시민들한테 반응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인데 민주당이 그것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혁신을 못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밖에서 붕괴를 시켜야 하는데 안철수 그룹도 그걸 할만한 리더십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를 지난 31일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이다.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에 대해 ‘유권자 분석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유권자에 대한 반응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무슨 의미인가?

“민주화 운동의 한 시대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정치세력들 즉, 486 정치엘리트, 민주당 원로그룹들의 시대가 끝났다. 왜 그렇게 보냐면, 이 분들은 오랫동안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고 실사구시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운동권적 사고방식속에서 살아왔다. 막스레닌주의는 버렸지만 여전히 본인들의 이념 위주로 먼저 생각하고 인맥과 네트워크에 따라서 생각해왔다. 지금까지는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걸출했던 두 거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거장은 유권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았다. 비교적 시대의 결에 대한 균형감각도 있었다. 그만큼 실사구시적이고 성찰적이었다. 물론 국정운영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 두 지도자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이 세대, 그룹이 갖고 있는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드러났다고 보는가?

“한 시대의 사이클이 있다. 초창기에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 그러나 부패하기 시작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계파에 휘둘린다. 이번에 전략도 문제였고 풀뿌리도 안 움직였는데, 그럼 그런 부분들이 수정됐으면 이길 수 있었던 걸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정치질서가 막을 다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봐야 문제에 대해 더 근원적이고 대담한 반성과 10년, 20년 계획이 나오는 것이다.

저는 10년째 민주당 사람들과 조금 더 레프트적인 사람들한테서 오해도 받고 비판도 받아온 사람이다. 레프트쪽에서는 안 교수가 리버럴이 되더니 좌파적 이념은 버렸다고 비판한다. 물론 저는 과거의 막스레닌주의는 버렸다. 근데 이 분들이 이해를 못하는 게 뭐냐면, 객관적 추세라는 것은 자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실사구시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레프트쪽에서는 자유주의적 질서가 온다는 제 말에 거부감을 가지는데, 그런 추세가 오는 걸 어떡하나? 그걸 부정하면 옛날 혁신당 복덕방 할아버지 신세가 될 것이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무용담 늘어놓고, 현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좀 더 리버럴한 민주당 경향의 사람들은 제가 성격이 냉소적이어서 냉소적으로 얘기하는 걸로 오해한다. 저는 굉장히 낙관적인 사람이다. 인간에 대해 냉소적이면 왜 운동을 하고 감옥까지 갔다왔겠냐. 제가 민주당이 위기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작년에는 민주당에서 ‘안 교수님 이제 민주당 위기라는 말을 정말 하지 마십쇼. 이제는 우리도 압니다’라고 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됐냐?”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어려운 조건에서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이겼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유권자 반응성이 높은 것인가.

“한 사회의 지배블록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지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지배블록들은 민심에 반응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진리를 뼈속 깊이 아는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민심에 반응한다기 보다는 스테이트 크래프트(국정운영기술)라고 해야 하나? 통치전략에 있어서 굉장한 기예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소녀시절부터 그걸 보고 자란 사람이다. 민심을 이해하는데서 무서움이 있다. 그런 반응성이 김종인, 이준석 같은 인물을 발탁하게 한 것 아니냐. 민주당은 못하지 않냐.”

-미래를 얘기하는 야권이 과거 박정희 시대와 맥이 맞닿아있는 박 당선인 보다 유권자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원래는 이번 선거가 미래 대 과거의 대결이 됐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아무리 민심에 대한 반응성이 좋아도 박정희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의 반응성이 탁월한 반응성은 아니지 않겠나. 21세기적인 공감과 소통의 가치와 그것을 구현하는 캠페인 플랫폼을 갖고 대결했어야 한다. 그러면 박근혜의 반응성이라는 게 빛을 바랬어야 하는 것 아니냐.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가 나왔던 모 예능 방송에 문 후보가 나오기 전 회에 박근혜 당선인이 나왔는데 탁월하게 했다. 소녀시대를 비롯해 어린애들이 좋아하는 그룹에 대해 술술 얘기했다. 기가 막히게 잘했다. 역시 박근혜는 거물이다. 그 다음에 문재인 후보가 나왔는데 문 후보는 그만큼 프로페셔널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제가 준비과정을 잘 안다. 그런데 훨씬 더 잘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아무리 눈물과 민생을 얘기하고 싶어도 구중궁궐에 갇혀 살아온 분이지 않냐. 하지만 문 후보는 그냥 서민이다. 그래서 그런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종인을 영입해 생쑈를 해도 이쪽에서 21세기적 가치와 캠페인을 구현했으면 그건 흉내를 낼 수가 없다.”

-캠페인적인 측면에서 21세기적인 가치의 표출여부를 평가해본다면.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를 봐라. 21세기적 성찰과 혁신이 캠페인으로 나타난 게 뭐가 있었나.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안철수 후보는 트위터도 겨우 하자고 해서 한 거다. 물론 트위터를 한다고 해서 21세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캠페인에서 트위터 하는 걸 꺼려한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문재인 후보는 테드(TED) 방식으로 캠페인을 하자고 겨우 꼬셔서 마지못해 했는데 영상을 보면 엄청 어색할 것이다. 테드적 방식이 뭔지 몸에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코 미래 대 과거의 대결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21세기적 가치를 강조하고 계시는데 그 가치를 구현하는 플랫폼은 SNS 등 다양한 기술적 형식이 있을 것 같다. 플랫폼을 채우는 내용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오바마가 지난 미국 대선에서 21세기적 캠페인을 탁월하게 했는데, 그건 오바마가 참여와 공유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마실캠페인이라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유세를 했다. 새로운 시대의 참여와 공유, 개방의 가치를 이해한 것이다.

돌이켜보자,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쪽에서 21세기 캠페인을 상징하는 예가 있었는지. 안 교수 입장에서는 ‘아, 우리는 수평적 정책포럼을 했다’고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참여했던 교수들 인터뷰를 해봐라. 그게 어떤 코미디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정보를 집적해야 하는 시대, 빅데이터의 시대다. 수평이라고 하는 건 정치의 본질도 모르는 순진한 얘기다. 그건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얘기다. 안 후보쪽에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솔루션 플랫폼이 없었다.

물론 새로운 시대의 가치는 두 분 다 이해했다. 중소기업 중심, 복지 이런 얘기는 했지만 국민들한테 설득력있게 다가온 건 아니었다. 준비가 어설펐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시대와는 뭐가 다른 건지에 대해 답을 하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도 자신이 하는 건 뭐가 다른지 보여주기 보다는 말도 안 되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청와대 이전을 얘기했다. 그건 전혀 새로운 정치의 핵심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너무 협소하게 바라본건가.

“그런 측면도 있고 새로운 정치의 본질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고 나온 분들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나왔다면, 선거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선거 기간에 새로운 정치의 상징적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가 나왔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 후보가 노사모 중심의 캠페인을 했는데 그 당시 시점에서 보면 정치혁신의 상징적 모습을 보여준거다. ‘아 저 사람이 당선되면 정치가 참여형으로 바뀌겠구나’라는 감을 잡았던 것이고, 정치 캠페인의 교과서에 오를만한 일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참여수석도 만들고 캠페인에서 보여준 새로운 정치의 문제의식이 국정운영에 구현되도록 노력했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는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무현 2.0이 아니었다. 그냥 노무현이었다. 노 대통령이 살아오셨다면 다른 방식으로 했을 것이다. 퇴임 이후에도 민주주의 2.0을 선구적으로 고민했던 분 아니냐.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민주주의2.0을 실험했나? 노무현 시절을 반복하려고 했던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계파담합 구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시민들한테 반응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고,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단일지도체제로 선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책임을 묻고, 대신 선거 전까지는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민 주도의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문제는 회의적이다. 박원순 시장 정도면 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이 했던 것보다 한 차원 높은 시민 주도의 시정에 대해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민주당에 그걸 설명해준다고 해서 되지가 않는다. 할아버지한테 아이패드 주고 설명해줘 봐야 과거적 방식으로 사용할 것 아니냐. 민주당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선거에서 참혹한 패배를 한 후 계파 싸움하는 사람들 아니냐.”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가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자신의 집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략, 조직 등 전반적으로 뒤졌는데 표 차이가 얼마 안 났다는 것은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바닥에서는 끓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제가 박근혜 시대가 온다고 했지만 안철수 드래프트가 벌어지면 이길 수 있다고 했었다. 이길 수 있었던 선거였다.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극악했다. 지기 어려운 선거였다. 그래서 참 아쉽다. 또 거인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느꼈다. 제가 문재인 후보를 참 존경한다. 참 좋으신 분이다. 그 세대에 초당적이기 쉽지 않은데 초당적인 분이다. 저도 감옥에서 고생했지만 어떻게 그 인간들과 화해를 하냐. 그런데 문 이사장은 화해를 하는 분이다. 정말 그릇이 큰 분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를 할 인물은 아니다. 그런 인생을 추구하신 분이 아니지 않냐. 본인이 망가질 걸 알면서 전선이 불러서 나오신 분이다. 본인이 망가질 걸 몰랐겠나? 다 알고 굉장히 고민했다. 나는 능력이 안 되는데 역사의 책임은 다 해야겠고. 그래서 문재인 이사장을 존경한다. 나 같으면 해외로 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야권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DJ가 있었다면 3분의 1을 물갈이를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할 사람이 없고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혁신을 못한다. 그렇다면 밖에서 붕괴를 시켜야 하는데 안철수 그룹도 그걸 할만한 리더십은 없다. 그 속에서 다음 선거까지 시간은 남아 있고, 어정쩡한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어정쩡하게 혁신하는 척하고, 그 상태로 가다가 야권에서 설령 좋은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와도 현재로서는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참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 스스로에 대한 결심이기도 한데, 우리들 세대는 우리가 운동을 왜 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다들 먹고 살만 하지 않냐. 그럼 후속 세대를 키워주고 양보하고, 처절하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가 가진 것을 좀 내놓고 그렇게 살면 안 되나. 최소한 진보운동을 했으면 더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되려고 프로모션하고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대학이든 연구소든 국회의원이든 초심을 잃어버린 시대에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다. 후속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청년비례를 주장했던 건데, 민주당이 화장술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너야 대학에 있지만 우리는 밥그릇이 없어지는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저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 위배되면 대학을 떠날 자신이 있다. 여전히 밥그릇주의가 있는 거고, 그러니까 저렇게 노쇠화되는 것이다.”

대선평가와 진보정치의 과제

“대선 패배, 진보정당의 ‘자멸 쇼’에서부터 시작됐다”

[기고] 대선평가와 진보정치의 과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기사입력 2013-01-17 오전 9:34:53

*이 원고는 지난 15일 진보정치연구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필자의 요청으로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1. 대선평가 – 진보적 정권교체의 실패 원인

1-1. 실패한 노무현정권의 비서실장

언론 등에서는 “절대 질 수 없는 선거를 패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물, 구도, 바람’이라는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야권이 승리하기 쉽지 않은 선거였다. 절대 질 수 없는 선거가 아니라 “결코 져서는 안 되는 선거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후보단일화만 하면 야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주관적 희망에 연동된 낙관론과 이에 따른 착시현상이 야권의 대선판을 주도했다.

문재인 후보는 인품이나 진정성으로 보나 또 정책의 진보성으로 보나 민주당 후보로는 최상의 경쟁력을 지닌 훌륭한 대선후보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 후보였다. 그렇다면 대선 전략상 프레임 전환을 위한 각별한 시도가 당연히 필요했지만, 그런 시도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포인트를 간과했거나 또는 인간적 정서에 매여서 머뭇거렸던 것으로 보이는데, 본선 선거전에서 큰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실제 대선 TV 토론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나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참여정부 실정 탓이라면서 역공한 것은 상당 부분 먹혔고, 또 제주해군기지 문제나 한미 FTA 등에 있어서도 박근혜 후보 측은 이런 일들이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되받아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선거전에서 참여정부 실정과 관련하여 박근혜 후보 측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공략당하는 와중에,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나 민생파탄에 대한 심판은 희석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이 프레임을 전환시키지 못한 탓에 안철수 후보의 굉장한 부조와 문재인 후보의 놀라운 선전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한 것이다.

1-2. 민생파탄에 대한 집중공략 실패

문 후보는 유권자들, 특히 서민들의 절실한 요구, 즉 먹고 살기 힘들다는 민생파탄 상황에 대한 집중공략에 실패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을 보니 ‘준비된 여성대통령 vs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의 구도였다. 그러다가 선거 중반에 이르러 박 후보 쪽에서 ‘민생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문 후보 쪽에서 뒤늦게 민생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이미 선점당한 민생대통령 구호를 되찾기는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아예 처음부터 “못살겠다 갈아보자! 민생대통령!” 등의 구호로 민생파탄 상황을 집중 공략했어야 승리의 길이 열릴 수 있었는데, 이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문재인 후보의 민생 관련 정책공약은 나름 훌륭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되면 서민(나)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실감 나게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또 다른 패인이라고 본다.

선거 구도상 박근혜 후보 측이 이명박 정권과 효과적으로 차별화하는 상황에서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걸어보려면, 당연히 정기국회 등에서 민생 관련 정책 등을 구체화시켜 요구하고, 만일 여당 측에서 이를 묵살하려 하면 원내농성이나 원외투쟁 등의 방법까지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쟁점화시키면서 전투력을 발휘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기국회를 허송세월해 버린 것이다. 이 또한 지난 대선에서 ‘민생파탄에 대한 심판’ 프레임을 걸지 못하게 된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에 대한 박근혜 후보 측의 달라진 접근법에 대해 관성적 대응을 하다가 차별성이 희석된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2010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여당 측은 보편적 사회복지에 반대하고 선별적 사회복지를 고수해 선거 과정에서 ‘복지 vs 반복지’ 구도가 선명하게 형성됐고, 당연히 복지 진영이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초기부터 사회복지를 들고 나오면서 ‘복지 vs 반복지’ 구도가 깨어져 버렸고, ‘보편적 복지 vs 짝퉁 복지(선별적 보편복지)’ 라는 구도가 형성됐다. 결국 여야 간에 차별성이 대폭 희석되면서 사회복지의 내용을 놓고 대치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이 됐다. 내용에 있어서도 야권이 여권을 압도하지 못한 반면 실현가능성 등에 있어서도 오히려 여권의 방안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89.9%에 달하는 50대의 놀라운 투표율과 높은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상의 원인을 50대의 보수화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해석이라고 본다. 그 대신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정년 60세로 연장’,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 도입’, ’18조 원 국민행복기금 설립해 320만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과 같은 박근혜 후보의 50대 맞춤형 복지공약이 그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에 비해 문재인 후보는 50대 이상에 대한 맞춤형 민생공약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결국 민주당이 사회복지 경쟁에서 달라진 구도에 조응하지 못하면서 민생파탄에 대한 유효타격의 쟁점을 놓쳐버리게 된 것이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1-3. 잘못 짜인 선거연합 구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진보 선거연합 구도가 그 전해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같이 ‘안철수 vs 문재인 vs 진보후보’의 구도로 짜이지 않고, 모두 자유주의 개혁세력인 ‘안철수 vs 문재인’으로 단순화됐다. 이는 상당 부분 진보정당의 ‘자멸 쇼’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한데, 그 결과 선거연합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정치쇄신방안’ 즉 정치 분야의 자유주의 개혁방안을 중심으로 쟁점이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민생파탄 문제를 핵심 선거 쟁점으로 만드는 전략이 실종됐다. 그나마도 두 선거 캠프 간에 한동안 실랑이하다가 선거연합이 파탄 나게 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짜증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 ‘승리하는 선거연합’이나 ‘감동적 단일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안이 실종됐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초중반까지 안철수 후보의 지원을 끌어내는데 신경쓰느라, 정작 본선 상대방인 박근혜 후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략전술 마련에 집중하지 못했고, 이는 선거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만일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됐더라면 정권교체가 됐을 것 아니냐는 논의도 있다. 역사에 있어 “만일”을 얘기하기란 부질없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그 위험을 무릅쓰고 향후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얘기해 본다면, 선거구도의 측면에서는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그리고 진보정당 등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적 불신에서 태동했다. 그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었다면 당연히 박근혜 후보까지 포함한 새누리당 심판 담론 구성에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고 바로 이 흐름이 정권교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고 본다.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되고 민주당의 조직과 진보정치의 민생담론이 가세됐더라면 대선에서 위력적인 바람몰이가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대선판이 정치쇄신과 민생파탄에 대한 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굴러갔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대선판은 야권의 승리와 정권교체로 귀결되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 대선 캠프가 경제적으로는 중도보수 성향이고, 정치적으로는 급진 자유주의 개혁 성향을 보이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또 ‘준비부족’이고 ‘형성과정중’인 안철수 팀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마추어리즘 수준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도리어 기성정치권에 질려 있고 변화와 혁신을 절실하게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희망으로 다가갔을 가능성이 컸다.

한편, 만약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고 집권한다 할지라도 제2의 노무현 현상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져 민중·진보 진영이 또 다른 양상으로 투쟁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닥쳐오고 있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집권연장과는 질적 차이가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적어도 절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당면 현안에 대한 투쟁의 경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생기고 또한 기층대중운동에는 ‘숨 쉴 공간’이 생기게 되는 등 정권교체의 일정한 효과가 비록 단기간이나마 발생하게 될 터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로지 예선 1등만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능력도 안되면서 욕심만 부리는 양상을 보였다. 필연적으로 이 과정에서 본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하게 된 것이다.

1-4. 선거연합의 과정관리 실패 

지난 대선 과정을 살펴보면, 야권은 후보 단일화만 하면 본선에서 승리하고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해 단일화에만 매몰됐다. 이 과정에서 선거공학, 특히 단일후보 관련 여론조사공학에 매몰되면서 감동 있는 선거연합이 되기 위한 과정관리에도 실패했다.

승리하는 선거연합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가치연합과 정책연합을 위한 기반형성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 둘째로 과정관리에 있어 당사자 외에 중재 또는 심판 역할을 할 중립지대(예를 들면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등 시민사회)의 협상참여가 필수적이다. 셋째로 후보단일화 과정에 국민(유권자) 참여를 활성화시켜 감동적인 단일화 과정을 창출해야 한다. 이 대표적 사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단일화 협상에서는 가치연합과 정책연합을 위한 기반 형성은 부차적으로 밀려난 결과 민생파탄과 관련한 민생의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또한 당사자 간의 선거연합 협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다가 결국 안철수 후보의 중도포기로 감동은커녕 유권자의 짜증만 유발했다. 그에 따라 유권자(국민) 참여와 감동적 단일화 과정이 아예 실종됐다.

당사자 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은 당연히 정글의 법칙이 관통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는 제로섬 방식의 무한경쟁 방식이 아니라 본선 승리를 위한 ‘협동적 경선’, ‘감동적 경선’ 과정이어야 한다는 당위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은 잘못된 접근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직력이 열세인 안철수 캠프의 경우, 정글의 법칙이 관통되는 당사자 간의 후보단일화 방식으로 추진한 게 결국 중도포기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명백한 전략적 실패였다고 본다.

안철수 캠프나 민주당 캠프는 바로 1년 전 성과를 거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선거연합 방식을 근거 없이 내팽개치고, 상대방의 양보만을 압박하는 기조로 치킨게임 양상으로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다. 이런 선거연합 협상방식은 특별한 가수가 없는 한 아름다운 경선의 좌초로 귀결되기 마련인 것이다. 비록 선거운동 중반 이후 안철수 후보가 뒤늦게 지지활동에 나섰고 또 그로 인한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괄목할 만한 수준의 위력을 보였지만, 이미 어그러진 모양을 펴기에는 시간상 역부족이었다.

한편 선거연합 일정의 지연이 상당한 문제였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막강하고 유력한 여당 대선후보가 이미 여름부터 신발끈을 묶고 본격적인 본선 선거운동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측은 9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후보를 선정했고, 안철수와 문재인의 후보단일화 일정도 후보등록 직전까지 진행되는 등 후보단일화 경선일정이 지나치게 지연됐다. 가뜩이나 지지율에서 여당후보에게 밀리는 구도에서 일정까지 지연됐고, 필연적으로 본격적인 선거준비에는 소홀해진 것이다.

1-5. 언론의 극심한 편파보도

조중동 등 찌라시 수준의 보수신문들의 발호는 이미 우리 정치 지형에서 거의 상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기에 더해 MBC, KBS, YTN, SBS 등 방송의 후안무치한 수준의 노골적인 편파보도가 가세했고, 이는 대선 당락에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설상가상으로 조중동 종편방송이 거의 온종일 불법 선거운동 수준의 노골적인 편파방송을 강행했다. 부정선거 사례가 잇달아 밝혀질 때도 이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 측에 아무 문제없다고 강변하면서 도리어 야당을 되치기로 공격하는 적반하장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언론환경은, 지난해 봄과 여름 170여 일에 걸친 방송파업 과정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이 투쟁을 범국민적 투쟁으로 확장시키지 못하고 방송노조만의 투쟁으로 사실상 방치한 데 따른 필연적 업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은 개원협상 당시 방송파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의미 있는 발버둥조차 못하면서, 결국 대선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방송환경이 망가진 채로 유지·온존되는 상황을 방조하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데, 어떤 방법으로든지 힘을 집중해 공정방송을 위한 환경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1-6. 진보정치의 지리멸렬

진보정당의 ‘자멸 쇼’에 뒤이은 진보후보 1,2,3,4의 난립은 진보정치의 실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 사람은 후보등록 직전에 사퇴하고 또 한 사람은 두 번의 TV 토론 후 사퇴해 결국 두 사람이 완주한 결과 각각 4.5만 표와 1.5만 표를 득표하는 결과가 나왔다.

진보정치가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면서 3각 선거연합 구도가 무너졌고, 민생파탄 담론이 선거 쟁점에서 실종된 것은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1차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토론 내용은 통쾌했고 또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정권교체라는 목표달성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각에서 이정희 후보의 공격적 토론태도가 보수결집뿐 아니라 도리어 중노년층의 박근혜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대선 패배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비판일 수 있고, 한편으로는 부차적인 분석이다. 실제로는 두 사람 간의 공방 과정에서 정권교체의 대표선수격인 문재인 후보가 실종돼 버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상당 부분 문 후보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통쾌한 토론이 도리어 문재인 후보에게 악재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정권교체에 부담이 되었던 것은 이른바 ‘이정희 후보 토론의 역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상황이 향후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진보진영 간의 선거연합과 관련한 숙제가 생긴 셈이다.

한편 대선 시기 민중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진영에서의 대중투쟁이나 대중참여운동이 폭발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의미 있게 진행되지도 못하였다. 의미 있는 대중투쟁이나 대중참여운동이 미진하다 보니, 진보진영의 정세개입력에 명백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쌍용차 투쟁이 계속 진행됐고, SKY공동행동과 ‘함께 살자 농성촌’ 활동 등이 끈질기게 진행되면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대선판을 관통하는 수준으로 고양되지는 못했다. 또한 투표시간 연장 등의 투표권 보장운동이 집중적으로 추진됐고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운동, 반값등록금 투쟁 등이 계속되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하였다.

결국 지난 대선 시기 민중진보 진영은 대중투쟁 차원의 정세 개입력도 매우 취약한 수준을 넘지 못했고, 제도정치권 내에서 진보정당을 통한 대선 개입력도 최저 수준에 머물렀던 대선판이었다.

1-7. 과감하게 질러댄 박근혜의 ‘짝퉁 경제민주화’

박근혜 후보는 짝퉁 경제민주화, 짝퉁 사회복지, 짝퉁 비정규직 대책 등 민생 관련 공약을 마구 쏟아냈었다.

필자는 대선기간 후반 무렵 박근혜 후보의 TV 연설이나 공약발표 내용을 보고 “어!” 하면서 깜짝 놀랐다. ‘어지간히 급하긴 급했나 보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때서야 박 후보의 공약을 부랴부랴 챙겨봤는데, 사실 가벼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내용을 보면, 5년 전 이명박 후보가 내건 공약과 질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747 공약에, 4대강 공약에, 뉴타운 공약에, 그리고 ‘Business Friendly’ 등 막나가 는 수준의 확실한 보수노선이었다. 그에 반해 박근혜 후보는 비록 짝퉁이지만 경제민주화, 짝퉁 사회복지, 짝퉁 비정규직 대책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것이 이명박 정부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5년간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각종 고통의 역설적 반영이자 한편으로는 지난 5년간의 우리 투쟁의 결과가 역설적으로 반영된 것이리라. 당시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후보, 진짜 과감하게 질러댔다.

우선 고용·일자리와 노동, 사회복지, 경제민주화 등과 관련된 몇 가지만 나열하면, ‘임금피크제와 연계하여 정년 60세로 연장’, ‘정리해고전 업무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단축 의무화 등 정리해고 요건강화‘, ‘공공부문부터 상시적·지속적 업무 담당 비정규직 2015년까지 정규직전환, 대기업의 정규직전환 유도’, ‘사내하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하여 원청업체 정규직과 동종·유사 업무시 차별처우 금지, 법원 불법파견 판결시 동일한 불법파견에 대해 원청 직고용 행정명령’, ‘최저임금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 기본 반영, 최저임금 위반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초등학교를 온종일 돌봄학교로 운영, 고교 무상교육 실시’, ‘반값등록금-소득하위 80%까지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행복주택 프로젝트(5년간 20만호),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사전가입제도’, ‘기초노령연금 2배인상’, ‘중위소득 50% 수준으로 차상위계층 확대’, ‘임신12주 이내와 36주 이후 1일6시간근로 의무화와 임금삭감금지(공공부문 및 대기업 우선시행, 여타 단계적 시행)’,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의 4대 중증질환 총진료비(비급여 포함, 간병비 제외)를 건강보험화’, ’18조원 국민행복기금 설립하여 320만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 ‘지역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 한해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 허용’ 등이어서, 이 공약들이 진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맞는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2. 진보정치의 과제

2-1. 당면 과제

이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상, 또 그 스스로 ‘약속과 신뢰의 대통령’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세운 이상, ‘공약 수납운동’ 즉 공약 이행투쟁을 착실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공약을 번복하는 상황이 대중적으로 확인되면, 약속과 신뢰의 대통령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바로 ‘식물대통령’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반면에 그가 비슷하게라도 공약을 지키는 양상이 되면, 서민들에게 숨 쉴 공간이 생기게 되고 그 공간을 딛고 새로운 운동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장은 박근혜 후보의 공약에 대해 각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 점검하고 그와 관련해 향후 진행될 상황을 예측하며 그 길목을 챙겨 보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본인은 아마도 공약을 지키고 싶겠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적 모순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엄청나게 질러놓은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남는 장면은 그가 언제, 어떤 양상으로 공약을 번복하게 될 것인지 궁금한 양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공약불이행에 대해 선험적으로 미리 단정하거나 규탄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고, 공약이행을 촉구하다가 구체적 공약불이행 사례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실사구시의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고 이 경우에도 받아치기 투쟁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한편, 대선 이후 잇단 사회적 죽음이나 철탑투쟁과 같은 절박한 투쟁현안에 대한 긴급대응, 즉 ‘더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에서 제안하고 있는 ‘다시 희망만들기’ 버스 시동, 추모 촛불, 비상시국대회 등을 위력적으로 펼쳐나가는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2. 진보정당 운동의 성찰과 진보정당의 재편, 통합

우선 지난 10여 년 간 진행된 진보정당운동의 전략적 오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그에 기반한 명실상부한 진보정당 혁신운동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진보정당 운동이 한 단계가 지나면서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은 대략 진보정당 운동의 분열과 실패다. 이대로는 더 발전의 길로 나아가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고 본다. 진보정당 운동에 있어 분열의 핵심은 ‘정파 패권주의’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발전해 원내에 진출하고 또 서푼 어치라도 먹을 게 생기고 이른바 기득권이라고 불릴만한 건더기가 생기자, 그것을 놓고 정파 간에 이전투구를 벌이게 되는 와중에 생긴 불신이 증폭돼,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직접 목격한 바와 같은 분열이 나타났다고 본다. 이런 정파 패권주의에 대한 혁파가 없이는 진보정당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

또한 그 분열의 과정에서 나타난 전략적 오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첫 번째 전략적 오류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이른바 ‘일심회’ 멤버의 자진탈당을 거부해 결국 분당을 촉진시킨 것이다. 두 번째 전략적 오류는 2011년 진보정당 통합 과정에서 공식적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민중·진보단체들 간의 논의테이블을 열어서 진보정당 통합운동을 펼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사실상의 2중 플레이를 벌인 끝에 결국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및 진보신당 탈당파와 통합해 통합진보당을 만든 것이다. 세 번째 전략적 오류는 2012년 총선 이후 비례대표후보 경선과 관련되어 불거진 ‘부실·부정 경선’ 논란과 그 대응방안을 놓고 정당의 이해보다 정파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결과 중앙위 폭력사태까지 일으키고 결국 제2차 진보정당 분열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진보정당 ‘자멸 쇼’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대중과 국민 앞에 ‘개망신’당하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이나 ‘진보정당의 역할’ 또는 ‘진보적 정권교체, ‘진보정당의 집권’ 등의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낯 뜨거운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을 그냥 미봉한 채, 내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그리고 2017년 대선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하고 외친들, 그 어떤 긍정적 전망이나 당원들과 진보대중들의 신명이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제반 전략적 오류들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그에 따른 응당한 혁신조치는 늦지 않게 취해져야 마땅하다.

이런 성찰과 명실상부한 혁신조치에 바탕해 진보정당의 재편과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대략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지한 모색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도 별로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 의미 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또 도탄에 빠진 기층대중들의 절규에 대답하기 위해서라도, 늦어도 금년 가을까지는 그 성과가 나와야 마땅하다. 시기를 놓치고 나서 뒤늦게 땅을 치며 통탄해 봤자, 이미 그때는 진보정당들이 우리 사회의 확실한 변방에 내동덩이쳐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3. 전선재편과 대중투쟁의 활성화

현재 민중진보진영의 연대연합운동 단체 또는 초기 전선조직으로 존재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나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을 재편하는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현 상태 그대로 가서는 힘 있는 대중투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재편방향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층대중조직을 중심에 다시 세우고 거기에 제 정치사회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방향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미 바닥에까지 떨어져 있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층 대중조직의 활성화와 그에 기반한 대중투쟁의 다각적 시도는 필수 과제라고 하겠다.

현재 우리는 바닥에 와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부터 다시 다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상승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0117013731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거리보다 광장 선호했던 민주당 선거운동의 귀결

‘친노책임론’과 ‘민주당이 좌클릭해 중도표를 잃었다’는 게 대표적인 비난과 패인 분석이다. 그 결과 당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다수와 ‘친노’였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까지 ‘중도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바보스런 짓은 목표와 수단을 혼동해 목표, 곧 당의 진로를 수정하고 야당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강정책, 곧 공약이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집권하려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내걸었던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 남북평화체제 구축 등 주요 공약 가운데 무엇이 잘못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좌클릭 공약’이 끼어들어 선거에 졌다는 말인가?

패인은 공약이 아니라 그것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수단과 방법, 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있었다고 본다.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대위원들이 “종편방송을 무시한 게 잘못이었다”느니 “경선 때 모바일 투표가 위헌적이었다”는 둥 엉뚱한 데서 패인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대중 속으로 들어가 선거운동을 벌인 게 모바일 투표였는데도….

민주당의 진짜 패인은 대통령 후보만 뛰고 당원들이 대중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등 간절함에서 새누리당에 밀렸다는 것이다. 대선기간 내내 지역구에서 살았다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노인들만 사는 시골 구석구석을 새마을운동 노래를 틀고 다녔다”며 “야당 사람들은 마주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후보 경선을 했던 중진들은 물론 의원들도 문 후보의 광화문광장 집회 등에 얼굴이나 비치며 생색을 냈다. 선거운동에 소극적이었던 사람일수록 책임론을 떠들고 다니는 게 요즘 민주당 풍경이다.

골목길이나 시장보다 광장을 선호하는 게 민주당식 캠페인 방식이다. ‘발품’을 팔기보다 광장에서 군중집회를 열고 ‘한 방’을 노리는 수법은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야당의 운동방식으로 굳어졌다. 대선 패배 뒤에도 비대위원들은 광주 5·18민주묘지와 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부산 민주공원을 찾아가 사죄했을 뿐, 골목이나 시장통으로 직접 유권자들을 찾아가 사죄하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는 광장의 정치문화가 일천하다.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고 토론문화가 성숙했던 서양과 달리 우리는 길을 중심으로 취락이 형성됐다. 유신이 시작될 무렵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5·16광장(여의도광장)조차 도시계획법상 ‘광로’, 곧 ‘넓은 길’이었다. 서양에서는 파리 바스티유광장이든 모스크바 붉은광장이든 광장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역사가 소용돌이쳤지만, 우리는 3·1운동이든 4·19혁명이든 거리에서 사태가 확산됐다.

광장이 연단에 선 사람들이 주도하는 일방적 운동공간이라면 거리는 쌍방향적 운동공간이다. 거리에서는 전단지도 나눠주기 좋고 시민들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6월항쟁도 여의도광장 같은 데서 벌였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광장에 모이는 사람은 대개 지지자들이지만 거리와 시장통에서는 부동층을 포섭할 수 있다. 광장에 모인 군중은 흩어지지만 거리와 시장통이 일터인 사람들은 상주하면서 말을 만들고 퍼뜨린다. 공유지인 광장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를 찾은 사람에게 느끼는 친밀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0

2012 선거 실패경로(failure-path)의 동일성 – 황주홍

[한국일보, 2012년 04월 20일 금요일 a33면 오피니언]

<시론> 민심의 시장은 양자택일한다 
황주홍 전남 장흥 강진 영암 국회의원 당선자·전 강진군수

민주통합당(또는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졌다. 참패는 아니지만 완패했다. 패인을 놓고 여러 말이 있지만, 민주당은 민주당 때문에 졌다. 새누리당 때문에 진 게 아니다.

 

민주당이 ‘야권통합’으로 통합 야당이 되던 1월 무렵 제1당은 물론, 과반 의석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누리당은 120석은 고사하고, 100석도 어려울 지 모른다는 비관적 상황이었다.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두어 달 동안 거대 반전이 있었던 거다. 이 반전과정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여기에 유용한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완승은 새누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민주당이 못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다. 두 당 다 잘한 건 아니었다. 다만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덜 잘못했다. 민주당이 더 잘못했던 거다.

 

모든 선거는 정치와 정책으로 치른다. 정치는 무비용이고, 정책은 고비용이다. 정치는 비타산적 감동을, 정책은 타산적 ‘선동’을 기대하며 내놓는다. 정책면에서는 두 당 다 엇비슷했다. 다만 정치에서 새누리당이 앞서면서 더 나은 감동을 줬다. 일례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만족 여론이 50~60%였던 데 비해, 민주당이 공천 잘했다는 여론은 10~20%였다. 민주당은 고비용 정책에서만 요란했지 돈도 안드는 정치에선 감동을 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치에서 졌다.

 

민주당의 잘못은 민심을 척도로 삼지 않고 자신들을 척도로 삼았던 데 있다. 모바일 경선 선거인단 모집 때 바닥이 불만으로 요동칠 때 지도부는 ‘선거혁명’이라며 민심을 일축하거나 경멸했다. 공천에 대해서도 특정 계파와 현역 독식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용민 막말 파문 때도 국민정서는 분노했건만 당은 침묵하거나 대중의 ‘편협’을 냉소했다.

 

민주당 공천자였던 내 눈에도 2, 3, 4월의 민주당은 ‘위험한 확신범’ 같았다. 자기 가치에 대한 과도 집착으로 여론 따위는 안중에 없는 충혈된 눈빛의 확신범들처럼 보였다. 민심이 서서히 식으며 곁을 떠나는 게 눈에 보였다.

정치의 유일 척도는 국민이다. 선거의 유일 척도는 민심이다. 민심이라는 ‘시장’의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와 정당은 오답(誤答)이다. 선거에서 민심은 틀렸을지라도 옳다.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워낙 컸기에 이 정도 의석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명박 심판’이라는 독립적 호재가 없었더라면 참패할 수도 있는 선거였다. 이 점에서 앞으로 8개월 더 MB 정권이 있어준다는 건 ‘다행’이지만, 민주당의 ‘대중 깔보기’ 정치가 계속된다면 총선 완패는 대선 참패로 이어질 수 있다. ‘MB 변수’만으로 승리할 순 없다는 게 이번 총선의 교훈이다.

 

선거는 늘 국민분노로 가는 쪽이 지고, 국민감동으로 가는 편이 이긴다.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치(당과 국회)적 자기개혁 ‘상품’을 시장에 내놓느냐에 따라 감동도 분노도 모두 가능하다.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먼저 탐욕과 거드름과 특권과 기득권을 가차없이 내려놓고, 국회를 ‘헌법기관’이 아닌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시키며, 철저히 ‘국민고객’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국민은 감동으로 화답할 거다. 이런 일들은 재원도 필요없는 무비용 상품들이다. 국민감동은 고비용의 보편적 복지 공세에 있지 않다.

 

오늘 이 나라 민심은 자기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치세력과 정치인의 출현을 대망하고 있다. 이것이 연말 대선의 매치 포인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만만하게 보다가 큰 코 다쳤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꿈꾼다면 민심을 가르치려 말고 ‘닥치고’ 따라야 한다.

 

민심은 양자택일한다. 여야 중 택일하고, 감동과 분노 중 택일한다. 그래서 민심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민심의 편이냐 아니냐다.

[출처] 한 초선 일지 – 제39호 2013.1.7|작성자 황주홍

 

[뉴스1, 2013년 1월 7일 월요일]

황주홍 “대선패배 책임 지려는 사람 아무도 없어“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은 7일 “현재 당내에서는 더 책임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측과 모두가 다 잘못한 것이지 왜 우리만 잘못한 것이냐라고 하는 미묘한 대치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의원모임 소속인 황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 “이길 수 있었던 선거, 질 수 없었던 선거를 진 것이라고 얘기는 하면서 대선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데 아무도 그러려는 사람이 없다”며 이 같이 전했다.

 

황 의원은 대선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네탓 공방에 대해 “당장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되고 이후 새로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뽑은 뒤에도 2013년 내내 이 문제로 시종 우리가 토론해야하고 또 다투고 싸우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저희가 지난 4·11총선도 제 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참패했고, 그 때와 같은 경로를 밟으며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민주당은 심각한 중증을 앓고 있다”며 “이 문제를 도려내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패배 원인을 구명하기 위한 노력과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4·11총선 패배 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총선패배 원인에 대해 토론했어야 했고, 그래야 한다고 얘기를 했지만 도둑이 들려면 집을 지키는 개도 짖지 않는다고, 패배의 길을 우리 발로 걸어간 것인지 가슴이 아프고 화도 나는 심경”이라고 말했다.

 

 

[시론] 노무현과 50대를 위한 변론 / 양재진 등록

[시론] 노무현과 50대를 위한 변론 / 양재진

등록 : 2012.12.24 19:14

4·11 총선에 이어 제18대 대선에서도 ‘질 수 없는 게임에서 패배한’ 야권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져 있다. 그리고 패인 찾기에 분주한 가운데 ‘친노의 패권주의’와 ‘50대의 보수화’로 결론이 나는 것 같다. 틀린 얘기는 아닌데, 이 정도 수준에서 패인이 정리된다면, 진보세력은 앞으로도 국민의 선택을 다시는 받지 못할 것이다.

친노 문제부터 따져보자. 친노 그룹이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면서 총선과 대선을 기획하고 결국 패배의 길로 이끌어 온 것은 맞다. 그런데 친노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들은 노무현의 철학과 정책적 비전을 버린 채 양대 선거에 임했다. 그들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면서도, 노무현의 고뇌에 찬 결단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참여정부의 고육지책인 비정규직 보호법을 악법이라 비난하면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만이 해법이라 내세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뒤엎기 위해 온갖 퍼포먼스를 마다하지 않았다. 제주 해군기지는 어떤가? 또 사회투자국가론에 입각해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추구하였던 노무현의 ‘비전 2030’을 폐기처분했다. 그 대신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세우고, 급기야 복지는 내수중심 경제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무지한 주장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노무현 시대의 알파요 오메가였던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말이다. 요컨대 노무현을 부정하면서, 유권자에게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한 것이다.

50대는 어떤가? 10년 전 40대에 노무현을 당선시킨 이들은 50대 들어 박근혜를 선택했다. 유신의 딸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책을 수용한 사람은 친노가 아니라 박근혜였다. 민주당 대표가 민주노동당, 시민단체와 함께 미국대사관 앞에 가서 에프티에이 반대 구호를 외치고, 당의 거물들이 제주로 내려가 해군기지 백지화와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노무현 정부는 친재벌 삼성공화국이었다고 비판해대는 상황에서 50대가 민주당에 표를 던지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민간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통해 공공부문에 번듯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50대 또한 많지 않다. 재야 원탁회의라는 구좌파 그룹의 훈수에 따라 친북좌파와 야권연대를 맺는 친노의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50대의 보수성 탓만일까?

진보의 꽃은 자리마다 시대마다 다르게 피어나야 한다. 자유·평등·민주의 가치는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박정희보다 더한 독재에 군사력 시위를 마다하지 않는 통제불능의 북한을 바로 앞에 두고 안보에 둔감한 진보는 이 땅에서 꽃을 피우기 힘들다. 수출로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개방을 반대하는 진보는 퇴행의 고사목으로 외로이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양극화의 모든 책임을 재벌한테 돌리고, 자신들의 지나친 고용 보호와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조직노동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진보에게 누가 지지를 보내랴?

노무현의 빈자리에 더 이상 상투적인 진보가 자리잡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진보가 들어서야 한다. 패배의 잿더미 위에서 이제는 성장도 살피고 중도까지 끌어안으며 50대의 건전한 상식을 저버리지 않는 새로운 진보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668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