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이해, 장동진

장동진, 현대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이해 (동명사, 2001)

 

1. 정치는 개인이 속해서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떠한 근본 원칙에 입각하여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적 성격을 띤다. 정치가 만약 강제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면 정치에 대하여 개인이 심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정치의 강제적 성격 때문에 언제나 정치의 규범성 문제가 거론된다. 정치철학은 이러한 정치의 규범성 탐구를 그 본질로 한다. 정치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보다 타당성을 지니느냐 하는 문제가 정치철학 논의의 중심을 이룬다. (5면)

2. 만약 사적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모든 사회적 관계를 공적 관계로 전환하게 된다면, 인간이 누릴 자유의 영역은 소멸할 것이다. 공적 관계는 통상 위에서 언급한 강제성을 내포하게 된다. 즉 공적 관계를 위반하였을 경우 이에 따른 사회적 제재가 뒤따른다. 따라서 모든 인간관계를 공적화하면 사실상 강제성이 인간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적 관계를 설정할 경우에는 언제나 규범성이 대두된다. (6면)

3. 현대자유주의자들에게 나타나는 인간의 자유는 두 가지 점이 부각되고 있다. 하나는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에 근거하여 자신의 인생을 영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이 자신의 인생의 저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영위하게 될 정치사회의 근본원칙 수립의 자유로운 저자가 되는 것이다. (6면)

4. 특히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거론되는 롤즈의 자유주의적 정의관은 정치사회의 근본원칙 수립에 있어 상이한 신념을 지닌 개인들 상호간에 중첩적 합의를 지향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중첩적 합의(overlapping consensus)는 개인적 입장만을 개진하는 합리성(the rational)을 넘어 상이한 신념을 지닌 타자 역시 수긍할 수 있는 합당성(the reasonable)에 근거하여 공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시한다. 이러한 합당성의 추구는 공적 이성(publich reason)의 활용과 불가분리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7면)

5. 개인의 자유로운 인생을 보장하는 정치환경을 설정함에 있어 관련 당사자가 스스로 주체적인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현대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8면)

6. 자유주의 정치철학은 상당한 보편성과 현실성을 지니고 있다. 자유주의의 보편성 역시 ‘인간의 존중’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인간존중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인간존중의 생각은 인권(human rights)으로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인권의 존중이 정치적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자유주의 정치이념은 문화적 차이를 넘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자유주의는 현실성을 지닌다. 인간이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갈망이다. 그리고 인간이 상이한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다는 것도 매우 현실적인 가정이다. 상이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지닌 개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공동사를 논의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평등한 결정권을 가지고 합의하여 결정한다는 생각도 매우 현실적이다. 이러한 해결의 현실성 역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9면)

7. 정치철학은 ‘바람직한 정치질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이다. 이것은 정치학 논의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정치학에서 다루는 정치의 본질에 관련된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가지이다. 하나는 ‘정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가’이며, 다른 하나는 ‘정치란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전자는 경험적 연구와 관계되며, 후자는 규범적 연구와 연결된다. 이 양자의 작업은 정치본질에 관한 규명의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정치철학은 물론 후자의 질문과 관련되는 규범적 연구이다. (19면)

8. ‘국가론’의 중심주제는 정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은 잘 알려져 있듯이 철인왕, 수호자, 노동자들의 3계층으로 이루어진 정치공동체에서, 이들 각 계층이 자신들의 고유한 덕목인 지혜, 용기, 절제를 수행할 때 정치공동체는 정의로운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 간략한 내용이다(Plato, Republic, Books I-IV 참조). 이것은 논어의 ‘군군신신 부부자자’의 주장과 유사하다. (23, 24면)

9.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가지의 분류기준을 사용하여 6개의 정치체제를 구분해 놓고 있다. 두 가지 분류기준, 즉 통치자의 수와 공익/사익의 기준에 의하여 각각의 통치자의 수에 의한 정치체제의 좋은 형태와 나쁜 형태를 구분하여 대비시켜 놓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한 바람직한 정치형태는 군주정치, 귀족정치, 민주정치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는 전제정치, 과두정치, 중우정치이다. (24면)

10. 이처럼 공동체 전체와 그 구성원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하는 것이 정치철학의 핵심적 규명의 대상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공공선(common good)과 개인적 자유(또는 권리나 이익)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압축된다. (26면)

11. 현대공동체주의자들의 주장은 다만 개인의 존재이유와 개인의 성숙 및 발전은 공동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형태를 공동선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입각하여 국가는 일정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27면)

12. 그러나 이러한 정의 논쟁을 깊이 분석하고 보면, 결국 철학적 논의에서 핵심을 이루는 존재론(ontology)과 인식론(epistemology), 그리고 윤리학(ethics)의 문제를 떠날 수 없다. (28면)

13. 윤리학에서 옳고 그름(right/wrong)의 문제와 좋고 그름(good/bad)의 문제가 중심적 논의를 이룬다. 이 양자의 관계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의무론적 이론(deontological theories)과 목적론적 이론(teleological theories)이 나타나게 된다. 정치철학의 영역에서도 좋음/나쁨의 문제와 옳음/그름의 문제는 정치공동체의 운영논리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 (29면)

14. 특히 좋음/나쁨의 문제는 가치(value) 논의와 관계된다. 가치의 본질문제를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를 가치론(axiology, theory of value)이라고 한다. 이 가치의 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철학적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정치사회의 운영원칙의 수립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치의 문제를 객관적인 것으로 이해할 것이냐 아니면 가치를 인지하는 주체의 문제로 귀결시킬 것이냐 하는 것은 정치사회의 운영논리 수립에 근본적 갈림길을 열어 놓을 수 있다. (30면)

15. 현대자유주의는 이러한 가치의 중립성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정치적 영역에서 가치 중립성의 원칙은 각 개인의 가치관에 국가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표현되고 있다. (30면)

16. 철학적 입장에서 가치의 객관적 질서를 인정하게 되면 철학적 완전주의(philosophical perfectionism)가 되며,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에 국가가 관여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국가완전주의(state perfectionism)라 할 수 있다. (30, 31면)

17. 좋음/나쁨에 기초하는 논리로서 좋음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옳음(right)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입장이 바로 목적론적 입장이다. 목적론적 입장의 대표적 이론으로서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들 수 있다. 공리주의의 입장이란 관련된 모두에게 최대의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31면)

18. 한편, 옳음을 우선적 기초로 생각하는 정치철학적 이론의 방향은 의무론적 입장으로 규정된다. 이 입장은 좋음의 극대화에 앞서 옳음이 존재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좋음의 문제와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철학적 이론은 사회의 전체적 효용의 극대화에 앞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치사회의 운영원리를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즉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운영원리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1면)

19. 정의문제를 예로 든다면, 정의의 원리나 원칙이 객관적으로 실재하고 있고 이를 우리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알 수 있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을 우리는 합리적 직관주의(rational intutioionism)라 한다. 이러한 입장을 대표하는 이론가로 플라톤을 들 수 있다. 정의의 이데아를 상정하고 이를 인간이성을 활용하여 알 수 있다는 플라톤의 이론은 합리적 직관주의를 대변한다. 반면에 이러한 바람직한 사회운영원리나 정의원칙의 객관적 실재 여부를 떠나서 우리 인간 이성을 활용하여 구성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우리는 구성주의라고 한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 해결에 이러한 방법이 적용되었을 때 정치적 구성주의(political constructivism)라고 한다. 정치적 구성주의에서는 사회 운영원칙 또는 정의원칙을 특정의 진리관이나 포괄적 교리에 입각하여 해결하지 않고, 구성의 결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성주의에서 중요한 점은 구성의 절차와 인간의 개념이 중요시된다. 왜냐하면 어떠한 구성절차와 어떠한 인간유형을 상정하느냐는 구성의 결과로 나타나는 정의의 원칙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철학적 논의의 쟁점이 된다. (32, 33면)

20. 예를 들어, 서양 정치철학에서도 고대와 현대를 비교해 보면, 현대이론에서는 개인주의적 경향과 가치중립적 성격이 보다 많이 나타나는 반면, 고대정치철학에서는 공동체 중심적이고 완전주의적 성격을 보다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34면)

21. 자유주의 형성에 기여한 로크의 핵심적인 추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한정부론이다. 즉 정부는 그 기능과 범위에 있어서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정부는 공공 또는 공공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어떠한 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정당한 권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두번째, 법치(rule of law)이다. 정부는 아주 엄격하게 제한된 정당한 기능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셋째,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이다. 국가가 법에 의한 통치에 구속되기 위해서는 권력분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71, 72면)

22. 고전적 자유주의에서의 자유란 언제나 의도적으로 부과한 제약이나 강제가 없는 상태로 묘사된 소극적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새로운 수정적 자유주의는 그러한 형태의 자유라는 것이 정치적 이상으로 고무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들에게는 자유란 가치 있는 행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자유란 이제 하나의 적극적 개념으로 전환된다. 즉 자유란 의미 있는 행동양식을 추구할 수 있는 힘과 능력으로 간주된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대조하여 이 수정주의적 견해에 의하면,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에 대한 제약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의미 있는 행동에 대한 제약이라는 것은 사실상 이 제약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도 의도적으로 부과한 적이 없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것이 가난과 질병이다. 그래서 현대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란 이름으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이러한 장애들을 국가가 제거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수정주의적 형태의 자유주의는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통하여 국가의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역할을 주장한다. 이것이 자유주의 제2단계의 출발이다. (73면)

23. 20세기에서의 자유주의는 그의 주요 이념적, 실질적 적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와 대립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 다른 한편, 자유주의의 주요 적은 나치즘(Nazism)과 파시즘(Fascism)이었다. 나치즘과 파시즘은 1930년대에 발전하였으며, 이들 역시 소위 경제적 자유주의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결함들의 치유를 외견상 주창하였다. … 1945년의 나치즘의 패배와, 무엇보다도 1980년 후반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는 서방에서 자유주의의 전제하에 광범위한 테두리에서 주요 이념논쟁을 이루어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논쟁들은 주로 어떻게 하면 자유주의적 정치이상과 가치를 가장 잘 해석하고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그때까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던 것은 보다 평등한 인생기회를 확보하기 위하여 경제적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제한해야 하는냐 하는 것이었다. (74면)

24. 1971년에 펴낸 롤즈의 ‘정의론’은 정치적 영역에서는 기본적 자유의 평등을 주장하며, 경제/사회적 영역에서는 차등원칙(difference principle)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그 사회의 최소수혜자 계층의 입장을 증진시키는 조건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은 특히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복지국가의 모델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편 고전적 자유주의의 현대적 부활은 프리드먼, 하이예크, 노직 등의 이론에서 나타난다. (75면)

25. 현대보수주의는 도덕적 영역에서 완전주의(perfectionism)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대보수주의는 경제적 영역에서 국가개입의 최소화와 안보, 법질서 및 도덕적 판단의 문제에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또는 신우파(the new right)로 규정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와 대처리즘(Thatcherism)은 모두 현대보수주의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경제적 영역과 도덕적 영역 모두에서 국가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가 있는데, 이것이 신자유주의로 이해되기도 한다. (76, 77면)

26.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대 자유주의는 최근 ‘합의의 정치’ 모델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의 세 번째 단계이다. 합의정치의 이론은 롤즈의 중첩적 합의 또는 토론과 이성적 숙고를 강조하는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논의를 통하여 형성되고 있다. 이 세 번째 단계의 자유주의의 핵심은 정치체제의 근본원칙 수립의 저자가 되다는 점이다. 이 단계의 자유주의에서는 권력으로부터의 개인의 자유 보호는 부수적인 것이며, 정치체제를 운영하는 근본원칙 수립을 개인의 자유 해앗의 본질로 간주하는 적극적인 측면이 나타난다. (77면)

27. 공리주의 입장과 대조하여 계약론적 전통의 이론가로 홉스, 로크, 루소 등을 들 수 있으며, 현대의 대표적 이론가로서는 롤즈를 들 수 있다. 계약론적 이론의 특징은 자연상태나 개인적 인권을 전제로 하여 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82면)

28. 의무론적 입장을 옹호함에 있어 롤즈는 계약론적 전통에 입각하여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본적 권리의 보장은 결과나 목표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다고 본다. … 즉 개인의 권리가 결과나 목표에 의해 위반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83면)

29. ‘순수이성비판’을 통하여 나타나는 칸트의 인식론적 입장에서 이성의 기능은 독립적 실재의 본질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고 이성이 그 일부를 구성하고 형성하는 경험의 영역을 아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정의론에 도입하여 롤즈는 인간의 이성에 의존하여 정의의 원칙을 구성해 나가려는 입장, 즉 실천이성을 통하여 실천이성을 통하여 사회정의의 원칙을 구성하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83면)

30.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핵심은 정의의 합의과정에서 편파성의 배제, 즉 불평부당성(impartiality)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87면)

31. 롤즈의 제1원칙은 자유의 평등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2원칙은 차등원칙과 기회평등원칙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롤즈 정의원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차등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경제적 가치 배분의 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서 롤즈 분배원칙의 대변이라고 할 수 있다. (87면)

32. 롤즈 이론의 출발점으로서 원초적 입장의 정당화 문제는 이후 공동체주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원초적 입장에서 상정되는 ‘추상적 자아’ 또는 ‘무연고적 자아’관은 상이한 정의관 수립을 본원적으로 차단시켜 놓는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정의원칙 도출에 있어서 원초적 입장의 정당화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89면)

33. 둘째, 원초적 입장의 이론적 정당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원초적 입장으로부터 정의의 두 원치그이 도출은 필연적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의 대표적 예로는 하세이니(John C. Harsanyi)의 반론인 평균기대효용의 원칙(the expected average utility principle)을 들 수 있다. 비판의 요점은 불확실성 하의 합리적 개인은 롤즈의 맥시민 전략보다는 평균기대효용을 비교하여 선택한다는 것이다. (89, 90면)

34. 셋째, 롤즈의 원초적 입장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원초적 상태로부터 정의의 두 원칙이 필연적이라 할지라도 이 원칙이 현실적으로 파생시킬 수 있는 문제에 근거한 비판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비판의 요점은 롤즈의 차등원칙이 이론상 불평등을 통제할 이론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어 무한정한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의 차등원칙은 사회적 불평등 발생을 제어하여 사회협력의 조건을 유지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 평등주의적 성격보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시켜 주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90면)

35. 이러한 칸트적 구성주의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것이 롤즈의 순수가상적 상황인 원초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잇다. 이러한 가상적 상황의 설정은 정의의 원칙 합의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93면)

36. 롤즈는 이 논문(“Justice as Fairness: Political not Metaphysical”)을 통하여 실제적인 정치적 문제에 관해 일반적인 도덕적 개념이, 신념과 가치관이 극심히 다른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의문제에 대한 공인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즉 롤즈에 의하면, 형이상학적 또는 도덕의 독립적 질서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이,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국가에 적용되는 정치적 정의관에 대하여 현실적인 공통된 기반을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구성주의는 이 문제, 즉 도덕적/정치적 가치의 독립적 질서의 존재문제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계약론적 전통으로부터 공적 이성을 통하여 자유로운 합의와 조정을 도출하려고 시도하였다. (93, 94면)

37. 민주적 합의를 해야 할 당사자가 자신의 특성, 사회적 위치, 심리적 경향 및 가치관을 알았을 경우 사회적 기본원칙 합의 또는 문제 해결시 각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여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극대화할 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문제해결 양상은 각자가 자신의 입장을 바탕으로 한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협상결과는 협상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95면)

38. 민주정치의 실행과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시사점은 계약론적 전통에 선 롤즈 이론의 강조점은 무엇보다도 기본적 자유는 사회/경제적 이이을 위해서 희생되거나 교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자신의 제1원칙과 제2원칙의 계서적 관계를 통하여 강조하고 있다. 즉 제1원칙의 동등한 자유의 원칙은 제2원칙의 사회/경제적 가치의 배분문제에 선행하여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리주의의 원칙에서 사회의 총체적 공리나 평균적 개인공리의 극대화를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기본적 자유가 제한되거나 희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96면)

39. 완전주의 정치관은 자유주의 정치관과 대조된다. 완전주의 정치관은 자유주의가 전제하는 가치관의 중립성 원칙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완전주의 입장은 철학적 완전주의와 정치적 완전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철학적 완전주의는 가치관의 위계질서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입장은 보다 바람직한 삶의 형태를 상정하게 된다. 정치적 완전주의는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135면)

40. 자유주의자들을 겨냥하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현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즉 무기력한 시민정신, 난폭한 대중문화, 초개인주의적 환상과 도피주의, 가족제도와 같은 기본 사회제도의 취약성 증가, 현대생활에서 스케일과 기술적 복합성의 문제에 의한 시민적 자신감의 압도, 분별없는 현대소비주의, 시장중심의 개인주의로 인한 최소의 복지국가의 지탱에 필요한 시민적 연대의 약화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은 자유주의가 갖고 있는 도덕적 삶의 비정치화 또는 가치의 개인화, 또는 중립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자유주의의 핵심적 특징은 바로 가치관에 대한 중립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에서 중립성의 원칙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에서 개인은 자유를 가진 존재로 상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유의 본질은 상이한 가치관을 가진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특히 현대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 상호간의 상이한 가치과니나 인생관에 대하여 중립성을 부여하고 있다. 중립성이란 상이한 가치관들에 대하여 어떤 가치관이 다른 가치관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138. 139면)

41. 자유주의에서는 개인의 자유의 우선성을 전제하고, 이러한 자유의 우선성은 상이한 가치관에 대한 관용으로 연결된다. 관용은 상이한 가치관의 존중과 고유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가치 상호간의 중립성 위에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중립성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다원주의를 가능케 한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반완전주의(anti-perfectism)의 입장에 서게 되어 완전주의적 입장을 거부하게 된다. (140면)

42. 철학적 중립성은 두 가지 입장에 의해 가능할 수 있다. 철학적 중립성의 출현은 가치의 객관적 질서를 부인하는 입장에서 성립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가치실재론을 부인하고 가치주관주의로 기울어지게 된다. 가치주관주의는 가치가 대상에 내재한다는 가치실재론적 견해를 부인하고 가치가 주관적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의하면 가치는 각 개인의 주관적 영역에 속하므로 이 각자의 주관적 가치를 상호 비교할 수 없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바로 가치간의 불가공약성(incommensurability)의 논의와도 관계된다. (141면)

43. 가치관의 불가공약성은 어떤 가치를 다른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A와 B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없을 때 A와 B는 불가공약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Joseph Raz, The morality of Freedem, p. 322). (141면)

44. 존재론적 의미에서 가치의 객관적 질서를 상정한다 할지라도, 인식론적 입장에서 이를 알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러한 객관적 질서를 알 수 없다는 입장, 즉 인식 이전의 객관적 질서와 인식 이후의 지식체계의 불일치를 가정한다면, 가치 상호간의 불가공약성이 도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142면)

45. 오늘날 자유주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즉 도덕의 부재, 사회질서의 문제, 공공교육의 문제 등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하여 자유주의는 중립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자유주의에서 강조되는 가치관에 대한 중립성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좋은 삶’이 무엇이냐 하는 논의의 부재로, 공공적 차원에서는 ‘공공선’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의 부재로 연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146, 147면)

46. 철학적 완전주의(philosophical perfectionism)는 특정 인생의 생활방법이 여타 인생의 생활방법보다 본질적으로 낫다는 것을 믿는 입장이다. 즉 어떤 인생이 본질적으로 우월하거나 보다 낫다는 것을 믿는 입장이다. (149면)

47. 이러한 합리적 구성주의는 결국 절차주의(proceduralism)와 필연적인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151면)

48. 개인의 자율성을 전제하였을 때 국가완전주의의 입장은 어떠한 방향으로 실천가능할 것인가? 결국 개인의 자율성을 전제하였을 경우 국가완전주의 입장의 방향은 개인의 가치관과 도덕적 판단능력, 즉 자율적 능력의 향상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존스턴(David Johnston)은 완전주의적 자유주의에서 인간은 자율적 개인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치적/사회적 구성은 그것이 그 사회의 성원들로 하여금 자율의 삶을 보호하고 증진시켜 줄 수 있는 한 좋은 것이라고 하며, 이를 ‘자율원칙(Autonomy Principle)으로 부르고 있다. (158면)

49. 이 인간관에 대한 비판은 자유주의가 가정하는 개인의 가치관 형성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인간이 사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인간관에 대한 이들의 비판의 요점은 이러한 인간관 자체가 현실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동체나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인간관으로서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167면)

50. 이러한 자율적 존재에 대한 신뢰는 원초적 입장에 놓은 개인들을 자신들의 선관을 스스로 형성하고 교정하며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한다. 그러나 공동체주의자들은 롤즈의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자아를 비판한다. 자율적 삶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들을 공동체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을 공동체로부터 고립시키게 되어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공동체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상호 무관심하기보다 오히려 서로에게 자애를 베풀어야 한다고 본다. (171, 172면)

51. 공동체주의자들은 롤즈가 공동체가 개별적으로 가지는 문화적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공동체주의자들에게 공동체의 개별성과 차이는 각 공동체가 가지는 공동체의 특수성에 대한 관용의 정신을 상징한다. 관용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는 정신이다. (174면)

52. Michael Walzer는 On Toleration(1997)에서 관용은 차이를 가능하게 하고 차이는 관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각각의 공동체가 다른 전통을 유지해 왔음을 역사적인 실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174면)

53. 롤즈와 드워킨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권리중심론자들의 국가중립성은 결국 반완전주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 아무리 국가라 할지라도 개인에게 특정한 형태의 삶의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시도들이 개인들의 본질적 이익을 해친다고 본다. (175면)

54. 그러나 공동체주의자들은 국가의 중립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취한다. 국가중립은 곧 공공선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공선의 포기는 공동체주의자들에게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공공선 또는 공공선이 전혀 형성되지 않는 사회에서 훌륭한 삶을 영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적인 국가중립성은 자기파괴적이라고 비판한다. (176면)

55. 만약 국가중립성이 강화된다면 복지국가에 의해 요구되는 희생을 시민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공공선의 공유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Kymlicka). (177면)

56.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롤즈는 목적과 선에 대한 자율적 판단능력을 갖춘 상호 무관심한 개인이란 자아관을 거의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178면)

57. 롤즈는 ‘정의론(1971)’에서 사회계약론의 원리를 보다 고차원적인 추상화를 통해 일반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으며, 그 결과 ‘정의론’에서는 사회계약론의 전통이 도덕철학의 일 부분으로 간주됨으로써 도덕철학과 정치철학과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한다. (199면)

58. 이러한 입장은 민주사회의 특징으로서 다양성과 관용을 전제로 하여 출발하고 있다. 롤즈는 이를 합당한 다원주의(reasonable pluralism)로 표현하고 있다. (200면)

59. 정치적 자유주의에서는 롤즈의 정의의 두 원칙은, 제1원칙에서 정의론에서의 자유의 평등원칙과 비교하여 정치적 자유의 공정한 가치보장이 새로이 강조되었으며, 제2원칙에서는 공정한 기회평등의 원칙이 차별원칙에 선행하여 기술되었다. (200, 201면)

60. 한편 공동체는 공유된 포괄적인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원칙에 의해 지배되는데 반해, 질서정연한 민주주의는 합당한 다원주의를 전제한다. (201면)

61.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정치적’이라는 어휘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 어휘는 정치적인 근본문제의 해결에 국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인 근본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여타의 철학적, 종교적, 도덕적 입장에 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한편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자유주의’ 의미는 정치적 근본문제를 합의나 계약을 통하여 해결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면)

62. 정치적 자유주의의 핵심적 발상은 윤리와 정치를 분리시켜 정치적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정치사회의 근본적 운영원칙을 수립함에 있어 정치적 자유주의는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의 방향을 강조하며, 이 합의는 개인이나 집단의 특수성에 입각하여 공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이러한 개인적 특수성이 표출되는 것에 제한함으로써 합당성을 추구하여 공적 합의, 즉 중첩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이 개인이 중요시하는 인생관을 추구할 수 있는 공적인 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적 자유주의의 근본적 발상이다. (202면)

63. 롤즈의 정치철학과 도덕철학의 구분, 즉 정치와 윤리의 구분은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정의론’보다 더 의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롤즈는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그리고 전 생애를 통하여 사회의 완전한 협력적 성원으로 간주되는 시민 상호간에, 세대에 걸친 사회적 협력의 공정한 조건을 규정하는 가장 적합한 정의관은 무엇인가?”에 대한 체계적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첫 번째 근본적 질문은 민주사회의 전통인 관용의 문제와 겨부되어 두 번째 근본적 질문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 근본적 질문은, “합당한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교리들로 심각하게 분열된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간에 정의롭고 안정된 사회를 상당기간 유지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202, 203면)

64. 승계호 교수는 구성주의란 규범명제나 규범척도를 인간이 만든다는 입장이며, 이는 규범명제나 규범척도가 이성직관으로 알려진다는 직관주의 입장과 반대된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주의는 규범회의주의에서 비롯된다. 규범회의주의란 도덕적 실재(moral reality)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도덕진리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 또는 도덕언명의 비인지성(noncognitive function)을 강조하는 것이다. (206면)

65. 롤즈의 ‘정치적인 것의 영역(the domain of the political)은 사회의 기본구조를 운영하는 근본원칙에 대한 합의라고 할 수 있다. (208면)

66. 롤즈의 정치적 정의관의 특징은 우선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교리와 구별되는 ‘정치적 영역’을 설정하고 이의 해결에 있어서도 정치적인 방법인 ‘중첩적 합의’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롤즈의 정치적 여역은 바로 ‘윤리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공간을 확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치적 공간의 확보는 ‘공적인 정치적 정의관’을 수립하는 것이다. (209면)

67.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의 시민의 두 가지 능력 중 가치관에 대한 능력은 합리성과, 정의감에 대한 능력은 합당성과 각각 결부되어 있다. 즉 합리성은 개인이 가치관을 형성 및 추구하고, 이러한 가치관에 입각한 개인적인 입장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된다. 한편 합당성은 정치사회의 여러 시민이 공존할 수 있는 논리로서 정의감으로 대표되고 있다. 롤즈의 이러한 두 가지 도덕적 능력은 무지의 장막을 특징으로 하는 원초적 입장과 결부되어 공적인 정치적 정의관을 형성하게 된다. (212면)

68. 이 원초적 입장이 중첩적 합의를 가능케 한다. 중첩적 합의는 각각의 상이하고 화해 불가능한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교리들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정치적 합의이다. 이 중첩적 합의는 상이한 교리들이 공존할 수 있는 합당한 정치적 해결을 의미한다. (215면)

69. (1) 개인은 평등한 기본권과 자유에 입각한 완전한 적정구조에 대하여 동등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 구조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동일한 구조와 양립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평등한 정치적 자유, 그리고 다만 그러한 자유들이 그 공정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17면)

70. 즉 좋음보다는 옳음이 우선하는 의무론적 입장, 그리고 원초적 입장의 장치에 의존하는 정의에 대한 구성주의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명확하게 나타나는 도덕적 영역과 정치적 영역의 구분시도이다. 그렇지만 정의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자유주의에서도 원초적 입장은 고수되고 있다. 즉 원초적 입장이라는 장치를 롤즈는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정치적 문제 해결, 즉 사회운영 원칙을 구성하는 기능에만 국한하고 있다. 이로써 롤즈는 자신의 이론적 입장이 형이상학적이 아닌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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