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김기원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안철수측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자신들의 이념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정치세력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환영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안철수측의 발명품이 아니라, 손학규와 유시민 등이 과거에 이미 제시한 바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식당가에서 가끔 보는 “원조” 논란(예컨대 진짜 “원조 장충동 족발집’은 어디인가 같은 것)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논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여기서 간과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졸저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에서 한국 사회에는 3개의 이념 대립축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시장과 국가의 양적 관계를 나타내는 “진보-보수”의 대립축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과 국가의 질적 문제를 나타내는 “개혁-수구”의 대립축이며, 마지막 하나는 남북한 관계와 관련된 “평화협력-긴장대결”의 대립축입니다. (X축, Y축, Z축으로 표시했습니다.)

이 중 두번째와 세번째의 대립축은 다른 선진사회에서는 별로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한국적 특수성의 문제입니다. 재벌문제나 분단노동시장문제(거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노동자의 부당한 차별문제 등)는 두번째 문제로서 다른 선진국에선 그다지 심각하게 논란거리로 부상하지 않지요. 남북한 관계의 문제는 당연히 한국적 특수성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이때까지 이런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사회민주주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적 자유주의”에서의 자유는 기껏 정치적 독재에 대한 거부 정도의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없이는 한국 사회를 제대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없습니다.

안철수측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우긴 했지만 이런 인식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별로 과감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귀족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지요.

요컨대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국사회에 대한 깊은 구체적 고민 없이 서구 사상과 이론을 수입한 산물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그런 이론과 실천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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