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리(여유) 세대 vs 사토리 세대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다’
일 불황이 낳은 ‘사토리 세대’

등록 : 2013.03.18 20:32수정 : 2013.03.18 22:30

‘불황 현실’ 인정하는 세대 지칭어
현실 인정하고 합리적 적응 하지만
승진조차 꺼리는 소극적 성향 보여

도쿄에 사는 한 남자 대학생(26)은 일본 본섬의 미에현 남서쪽으로는 아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외국에 가본 적도 없고, 여권도 만들지 않았다. 운전면허도 없다. 장래에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수준에 맞춰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토리 세대요?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그런 것 같네요.”

이 학생은 <아사히신문> 기자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란 뜻을 지닌 일본어다. 사토리 세대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라는 뜻의 요즘 일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연령대가 겹치는 ‘유토리(여유) 세대’와 첫 글자만 다르다.

유토리 세대(대략 1987~1996년생)는 2003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다. 창의성을 살린다며 학교에서 학습량을 크게 줄인 시대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현재의 10대와 20대 중반이 이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유토리 세대라고 하면, ‘학력 저하’가 현저한 세대로 통한다. 유토리 교육은 2010년 끝났다.

사토리 세대는 스스로 공부를 더 해 자신의 장래를 현실적으로 계획하는 영리한 이들의 집단이다. 이 조어는 2010년 인터넷 게시판에서 전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인 야마오카 다쿠의 저서 <바라는 게 없는 젊은이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한 누리꾼이 ‘사토리 세대’란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아사히신문>이 꼽은 사토리 세대의 특징은 이렇다. “자동차나 명품에 흥미가 없다.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파친코 같은 도박에 돈을 쓰지 않는다. 외국 여행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태어나 자란 곳에 남기를 바란다. 연애에 소극적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지만, 독서도 아주 좋아한다.”

사토리 세대는 장기불황으로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돌아가지 않게 돼, 꿈이나 목표를 가져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의 산물이라고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설명한다. 그는 “(사람은) 돈이 없으면 합리적으로 되는 게 당연하다.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말했다.

노동 현장에서는 ‘책임자로 승진을 해봐야 힘든 일만 많아진다’며 승진조차 꺼리는 사토리 세대에 대해 “패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은 낭비할 줄 모르는 이들 세대의 소극적인 소비 패턴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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