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보다 광장 선호했던 민주당 선거운동의 귀결

‘친노책임론’과 ‘민주당이 좌클릭해 중도표를 잃었다’는 게 대표적인 비난과 패인 분석이다. 그 결과 당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다수와 ‘친노’였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까지 ‘중도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바보스런 짓은 목표와 수단을 혼동해 목표, 곧 당의 진로를 수정하고 야당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강정책, 곧 공약이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집권하려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내걸었던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 남북평화체제 구축 등 주요 공약 가운데 무엇이 잘못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좌클릭 공약’이 끼어들어 선거에 졌다는 말인가?

패인은 공약이 아니라 그것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수단과 방법, 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있었다고 본다. 그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대위원들이 “종편방송을 무시한 게 잘못이었다”느니 “경선 때 모바일 투표가 위헌적이었다”는 둥 엉뚱한 데서 패인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대중 속으로 들어가 선거운동을 벌인 게 모바일 투표였는데도….

민주당의 진짜 패인은 대통령 후보만 뛰고 당원들이 대중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 등 간절함에서 새누리당에 밀렸다는 것이다. 대선기간 내내 지역구에서 살았다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노인들만 사는 시골 구석구석을 새마을운동 노래를 틀고 다녔다”며 “야당 사람들은 마주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후보 경선을 했던 중진들은 물론 의원들도 문 후보의 광화문광장 집회 등에 얼굴이나 비치며 생색을 냈다. 선거운동에 소극적이었던 사람일수록 책임론을 떠들고 다니는 게 요즘 민주당 풍경이다.

골목길이나 시장보다 광장을 선호하는 게 민주당식 캠페인 방식이다. ‘발품’을 팔기보다 광장에서 군중집회를 열고 ‘한 방’을 노리는 수법은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야당의 운동방식으로 굳어졌다. 대선 패배 뒤에도 비대위원들은 광주 5·18민주묘지와 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부산 민주공원을 찾아가 사죄했을 뿐, 골목이나 시장통으로 직접 유권자들을 찾아가 사죄하지는 않았다.

사실 우리는 광장의 정치문화가 일천하다.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고 토론문화가 성숙했던 서양과 달리 우리는 길을 중심으로 취락이 형성됐다. 유신이 시작될 무렵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5·16광장(여의도광장)조차 도시계획법상 ‘광로’, 곧 ‘넓은 길’이었다. 서양에서는 파리 바스티유광장이든 모스크바 붉은광장이든 광장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역사가 소용돌이쳤지만, 우리는 3·1운동이든 4·19혁명이든 거리에서 사태가 확산됐다.

광장이 연단에 선 사람들이 주도하는 일방적 운동공간이라면 거리는 쌍방향적 운동공간이다. 거리에서는 전단지도 나눠주기 좋고 시민들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6월항쟁도 여의도광장 같은 데서 벌였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광장에 모이는 사람은 대개 지지자들이지만 거리와 시장통에서는 부동층을 포섭할 수 있다. 광장에 모인 군중은 흩어지지만 거리와 시장통이 일터인 사람들은 상주하면서 말을 만들고 퍼뜨린다. 공유지인 광장이 아니라 자신의 일터를 찾은 사람에게 느끼는 친밀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0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