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딜레마? 동아시아의 브뤼셀 지향해야

한국의 딜레마? 동아시아의 브뤼셀 지향해야

[동아시아와의 인터뷰]<4> 중국 인민대 팡종잉 교수

평화네트워크  ,  기사입력 2013-01-03 오전 8:14:52
평화네트워크와 <프레시안>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와의 인터뷰. 네 번째 순서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이제영 간사가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팡종잉(庞中英) 교수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2월 11~12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중국포럼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팡 교수는 한국이 전략적 딜레마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교관 출신인 팡종잉 교수는 국제경제와 국제기구, 그리고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구축을 핵심적인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10여 년간 한중 학술교류에도 깊숙이 관여해왔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영국의 워릭대, 뉴질랜드의 빅토리아대 등을 두루 거쳤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주로 세계 질서의 미래, 동아시아 영토 분쟁에 대한 중국의 시각, 중국의 부상과 소프트파워, 미중관계에서 한국의 딜레마와 선택 등이 다뤄졌다. 지한파를 자처한 팡 교수는 한국이 미·중 관계나 중·일 관계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할 기회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팡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국제 문제 전문가로서 세계 질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매우 어려운 주제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되고 있는 세계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보다 질서 있고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으로 희망하지만, 많은 도전과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기후 변화 문제가 대표적인예일 것이다.

나는 한국이 유엔에 더 많이 기여하고 있고 또 유엔 사무총장도 배출한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분명 보다 조직화된 세계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고, 또 기후 변화나 핵무기 등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나는 세계 질서의 미래가 평화적이고 협력적이며 여러 문제들이 질서정연하게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많은 위험과 도전, 그리고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세계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유엔이나 비정부기구(NGO)와 같은 기구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당신이 일하고 있는 평화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 미국과 한국과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세계가 아직 이상적이지 못하며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과 도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갈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것이 곧 세계가 완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줄곧 더 나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원하는 세계 질서는 무엇인가? 중국은 현 체제의 이익상관자(stakeholder)인가 아니면 수정주의자(revisionist)인가?

‘중국이 수정주의자(revisionist)인가 아니면 현상 유지(status quo) 세력인가’라는 당신의 질문은 이분법적 사고에 기초한 것이다.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할 때 적용되는 전형적인 서구식의 분석 틀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분법적인 관점은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적용되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중국은 현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현상 유지 세력이 될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의 이웃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연합과 같은 서방 국가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좋은 관계를 계속 모색할 것이다.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은 제18차 당 대회를 베이징에서 개최했다.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당 대회에 최종 정치보고서를 제출·발표했는데, 이 보고서는 중국의 현 정책이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 등 새로운 지도부에서도 계승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시진핑은 칭화(淸華)대에서, 리커창은 베이징(北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이는 이들 지도자들의 교육 수준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그들은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들에 직면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왔고, 또한 1950년 이후 출생자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중국을 보다 잘 통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대외정책도 연속성이 강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점을 국내외 매체에 기고하기도 했다. 이는 곧 중국은 현상 유지 세력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질서가 보다 공정하고 조화로우며 다극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은 곧 중국이 현재의 세계질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이 외교정책과 세계에서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말한다. 서방, 특히 미국이 지배해온 현존 세계 질서를 전복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중국은 현존 질서를 개혁하고 개선하길 원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G8의 회원국은 아니었지만 G20의 회원국이고 G20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중심에 있다. 중국은 또한 다른 기구들의 회원국이면서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지분과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중국이 현존 질서의 유지에 기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존 질서를 전복시킨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나는 서구식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중국이 현상 유지 세력이냐 수정주의 세력이냐’고 접근하는 것은 좋은 분석 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지만, 중국은 본질적으로 현존 질서의 개선을 추구하고 있고 상호 간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결코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나 나치독일과 같은 수정주의 세력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중국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여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을 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사이의 분쟁도 있지만, 동아시아 영토 분쟁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일본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및 러시아와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영토 분쟁에 대한 중국의 정책과 행동은 아직까진 공격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오위-센카쿠 열도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중국은 이들 섬이 전통적으로 중국의 주권 하에 있었다고 여긴다. 그러나 일본은 지속적으로 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오위-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들은 이에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중국이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먼저 조치를 취한 쪽은 일본이고 중국은 이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이 공세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누가 먼저 위기를 야기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또한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일본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취했고 중국과 한국은 약한 나라들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희생양이었다. 한국도 그렇듯이 중국도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역사의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일정책은 매우 잘못된 것이었고 이후에도 미국은 영토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영토 분쟁에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시각은 결코 공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중국이 1세기 전에 제국주의 세력이었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고 이를 간과한 채 영토 분쟁에서 중국의 태도를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인들 역시 중·일 간의 영토 분쟁에 역사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태도가 너무 강경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중국은 방어적이라고 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론 공격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양국 간 학술교류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양국의 학자들은 1990년대 초반 중한 국교 수립에 기여했다. 나 역시 한국의 친구라고 자부하고 있고 또한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우려도 이해한다. 그러나 솔직히 한국의 중국에 대한 관점은 서구 매체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역사적으로나 오늘날에 있어서나, 한국과 중국은 상당한 상호의존성을 갖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고 수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많은 도시들은 비행기와 선박으로 연결되어 있다. 양국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고 공동의 이익과 기반도 갖고 있다. 이는 양국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미래에도 한국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두 나라는 1950년대 초 한국전쟁에서 서로 피를 흘린 비극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긴 역사를 볼 때 이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그러한 비극은 완전히 극복되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아직 후진국 수준”

최근 중국의 연성권력(soft power)에 대한 논의가 많다. 소프트파워는 중국의 외교전략에서 어떤 비중과 의미를 갖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11월 하순에 핀란드 헬싱키에 가서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발표 요지는 이랬다. 먼저 중국은 최근 세계와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연성(soft) 수단과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긍정적인 발전이다. 세계도 이러한 발전을 환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여전히 약하다. 수십 년이 지나서 중국이 소프트파워에서 주도적인 국가가 될 수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후진적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도부는 지속적으로 소프트파워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통문화, 전통적인 생활방식, 전통적인 사상 등을 재조명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로 중국은 경제 개혁은 물론이고 정치 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인데, 이러한 중국식 개혁의 성공 여부가 소프트파워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적, 정치적 개혁에 성공한다면 이것 자체가 중국식 소프트파워의 근원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중국은 지속적으로 다른 나라와 소프트파워의 교류와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중 간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람들은 소프트파워를 경쟁적인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강한데, 소프트파워는 본질적으로 상호 협력적이다. 경쟁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협력이 본질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류(韓流)가 한중간의 소프트파워 경쟁과 협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중국은 이른바 ‘한류’와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 내에서 엄청난 힘과 인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따라잡고자 한다. 이를 놓고 보면 경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 자체는 협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과 소프트파워의 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서구식 모델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래의 세계는 보편적인 발전과 거버넌스의 모델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한국은 거버넌스의 미래 모델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한중 양국의 소프트파워는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소프트파워의 성공은 경제 발전, 정치 발전, 문화 혁신, 문명의 부흥에 달려 있다. 만약 우리의 문화가 부흥에 성공한다면, 그리고 발전과 거버넌스, 평화와 조화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다면, 양국의 소프트파워도 더욱 강력해지고 매력적이게 될 것이다. 중국의 개혁과 현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은 현대적이고 민주적이며 첨단 기술과 더 많은 자유가 어우러진 국가가 되기 위해서 완수하고 개혁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 만약 중국이 이러한 과업에 성공한다면, 중국 문명과 번영의 오랜 역사를 고려할 때, 중국의 소프트파워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프트파워에서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소프트파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면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이어도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이어도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이어도와 관련해 중국은 최근 관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여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어도 문제는 협상과 같은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어도 분쟁은 다오위-센카쿠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내가 알기엔 한중 정부가 평화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법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면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해결될 수 있고 관리될 수 있는 문제로 양국의 우호 관계를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당신은 이어도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간주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모든 영토 분쟁은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고, 이는 한중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두 나라는 상당한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이에 비춰볼 때 이어도 문제는 매우 사소한 사안이다.

우리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중국의 시장과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고,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 나라의 경제는 이미 통합되어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어도 문제는 관리될 수 있으며 두 나라의 지혜와 협상가들의 기술, 그리고 학자와 NGO가 협력한다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다. 평화가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유지되는 한, 이어도 문제는 성공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선택에 대해 묻고 싶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이 중국 견제와 봉쇄와 관련해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거꾸로 중국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이 딜레마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내 친구이자 서울대의 미·중 관계 전문가인 정재호 교수는 한국의 선택은 매우 어렵고 그래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이 한쪽 편을 든다면,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는 정 교수의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세 가지 선택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필리핀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필리핀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뿐만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까지 환영하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과 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시도하면서 어떤 편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나라들이 있다. 호주와 싱가포르가 그 예가 될 것이다. 호주의 자유주의적 정부는 미·중 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담은 백서를 2012년에 발표했다. 호주 정부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관련해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싱가포르의 리센룽(李顯龍) 총통과 그의 아버지인 리콴유(李光耀) 역시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에게 보낸 축하 서한을 통해 분명하게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편에도 서지 않을 것이며, 미·중 관계의 협력과 조율, 그리고 화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이다.

끝으로 이 두 가지 선택에서 망설이는 나라가 있다. 아마도 한국이 예가 될 것 같다. 한국은 대외정책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을 아직 꺼리고 있다.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도 대단히 많다. 호주나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한국보단 지정학적 고려를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이들 나라는 한국만큼 긴박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없다.

아마도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한국이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아시아의 중견국가로서의 한국이 이른바 ‘G2’ 시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중국과 한국은 떠오르는 신흥강국이자 중견국이다. 그래서 한국은 글로벌 영향력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을 우려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국 대선을 보더라도 나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한국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미 이러한 차이와 논쟁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차기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롭고도 창의적인 외교 전략을 찾아내길 희망한다. 이는 한국에 딜레마이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딜레마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아마도 내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길 원하는 호주나 싱가포르 모델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또한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나는 혁신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이 있다. 한국의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자유주의적이든, 이명박 정부처럼 보수적이든 중국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분명한 경향이다. 이는 곧 한국의 차기 정부도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의 문제’라고 했는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추진할 수 있는 혁신이 있는가?

원론적으로는 한국은 더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양국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도 가져야 한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한중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기적 방법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으로 지역 통합을 증진하고 동아시아 경제 발전을 지속시키기 위한 투자도 늘리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아세안+3(한-중-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중·일 FTA도 지속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나는 한국이 장차 한·중·일 등 지역 협력 구도에서 사무국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강대국 사이에 있지만, 이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또한 한국이 한·중·일 3자 협력의 사무국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한국과 중국이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래는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의 수도인 브뤼셀처럼 될 수 있다. 동아시아 협력의 수도 말이다. 한국이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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