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콕의 공화주의: 덕과 재산 균등의 공화국

포콕의 공화주의: 덕과 재산 균등의 공화국

오늘날 서구 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학계에서도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것은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탁류 속에서 더욱 심화되는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지적 반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지식인들은 그러한 사회현실을 초래한책임을 자유주의에 묻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화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인간들의 정치 공동체인 국가를 공화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공화국의 의미를 최초로 규정한 고대 로마 공화국의 철학자 키케로에 따르면 공화국은 공동의 이익이 구현되어야 하는 ‘공공의 것’(res publica)이다. 그는 그것을 또한 ‘인민의 것’ (res populi)이라고도 규정했다. 그것은 국가는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법체계에 동의한 다수인민의 결속체라는 뜻이다.1)
따라서 공화국에서 인간들은 공동의 일을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시민(혹은 공민)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 이탈리아 역사가 프랑코 벤튜리가 언
명했듯이 공화주의는 이렇듯 특정한 국가체제가 아니라 특정한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이념이다.2)
이렇게 볼 때 오늘날 피폐한 사회 현실에 대해 공화주의 담론이 촉구하는 것은 국가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은 공동의 일을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시민정신을 고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국은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공동의 지배가 법치를통해 실현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공동의 지배라는 것은 바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공의 일에 대한 참여와 심의를 통해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또한 법치는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참여한 과정에서 이성적 심의를 통해 제정된 성문법에 따라 지배하고 그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뜻한다. 따라서 공화국은 자신의 일보다 공동의 일을 더 우선시하는, 적어도 공동의 일이 중요하다고 보는, 인간들을 그 구성원으로 해야한다. 그들의 정치적 사회적 연대가 곧 공화국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 (혹은 공민)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을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관에 근거한다. 즉 인간은 시민이 될 때 비로소 자기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공화주의에대한 지성사적 연구를 이끈 포콕은 고대 그리스 이래 르네상스와 17세기 영국 혁명을 거쳐 18세기 미국 독립혁명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공화주의자들의 주장의 핵심은 인간의 인간다움은 자치 공동체의 평등한 일원으로서 공공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덕을 발휘할 때 실현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공)민 윤리였다고 강조한다.3)
또한 포콕에 의하면, 근대 부르주아의 ‘소유적 개인주의’가 재산의 무한정한 획득을 합리적인 것이라고 정당화한 반면, 공화주의자들은 재산의 기능을 시민적 독립을 보장하는 것에 한정시켰다. 시민적 평등을 위협하는 재산의 독과점은 바로 인간을 예종의 사슬로 묶는 것이며 이것은 공동체를 부패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공화주의자들은 가장 인간적인 공동체인 공화국은 농지법에 의해 재산의 균등한 분배가 실현된 곳이라고 규정했다.
포콕은 이러한 의미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화주의자로 17세기 영국의 해링턴을 꼽았다. 그는 로마 공화국의 역사를 통해 참여라는 덕과 농지법으로 구현되는 재산 균등의 원리가 공화국의 기초임을 역설했다. 그는 로마 공화국의 치명적인 위기를 ‘원로원과 인민 간의 끊임없는 적대감과 증오’에서 기인했다고 보았다.4)
비참한 지경에 이른 인민들은 공화국의 두 기본원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즉 공적 지배 과정에의 참여와 농지법을 통한 토지의 균등분배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원리가 인민들에게 적용되는 방식이 명확하지 않고 부적절했기 때문에, 인민들은 그 원리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오직 투쟁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5)
이러한 언명을 통해 해링턴이 의도한 것은 인민들의 평등한 참여와 분배에 대한 열망을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한 공화국’인 로마가 불가피하게 노정할 수밖에 없었던 체제적 흠결을 강조해서 보여주려는 것이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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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cus Tullius Cicero, De Re Publica, 김창성 옮김, 『국가론』(한길사, 2007), 130-131 쪽.
2) Franco Venturi, Utopia and Reform in the Enlightenment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1), 71.
3) J.G.A.Pocock, The Machiavellian Moment, Florentine Political Thought and the Atlantic Republican
Tradition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5)
4) James Harrington, The Commonwealth of Oceana (1656) in J.G.A.Pocock, ed. The Political Works of James Harringt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7), 272.
5) Ibid., 277.
6) Ibid., 180.

누가 자유주의를 두려워하랴? [PDF]

역사와 담론 第54輯, 273~298쪽(총26쪽)
영문제목: Who’s Afraid of Liberalism?
저자: 조승래(Cho Seung-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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