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연합정치 / 정영무

누구는 보수주의자가 되고 누구는 진보주의자가 되는가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일찍이 관심을 가졌다. 19세기 말 미국 자본주의 사회와 지배계급의 생활양식을 관찰한 <유한계급론>에서 베블런은 사회의 진보는 생물의 진화처럼 원하든 원치 않든 일어나는 자연적 현상으로 봤다.

베블런에 따르면, 생활환경의 변화에 강하게 노출되는 사람이 먼저 새로운 사유습성을 받아들인다. 생활환경의 변화가 몰고 온 충격이 모든 개인에게 똑같이 전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한계급은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생활환경의 변화에는 압력을 느끼지 않아 보수의 몸통을 이룬다.

보수주의는 익숙한 것을 수용하고 낯선 것을 배척하는 인간의 본능에 부합한다. 쉽게 단결하며 잘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져도 단시간에 수월하게 복원된다. 반면 진보주의는 새로운 사유습성을 창조해 지배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운동이다. 진보는 본능을 거슬러 간다. 잘 단결하지 못하며 작은 오류만으로도 쉽게 무너진다. 한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어렵다.

곧 인간의 삶에서 보수주의가 기본이라는 뜻이다. 유한계급과 아무 관계 없는 하위 소득계층 유권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환경의 변화에 의해 강요당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모두 영원히 보수주의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베블런은 보았다. 보수주의는 특정한 독점적 특성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속성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자의 여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는 제대로 정치적이어야 하고 정치에 적응해서 성과를 낳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가장 인간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정치를 진보의 틀 안에 억지로 맞출 수 없는 일이다. 이념과 정치문화의 섞임을 통해 진보의 힘을 키우는 연합정치가 불가결한 이유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http://hani.co.kr/arti/opinion/column/5646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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